‘보스턴의 9·11.’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의 참혹한 테러 현장을 지켜본 이들의 머릿속에는 2001년 9·11 테러의 악몽이 떠올랐다. 완주를 축하해야 할 결승선은 핏자국으로 얼룩졌다. 8세의 어린이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170여명이 다쳤다. 보스턴글로브 기자는 “결승선 인근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9·11 테러나 쓰나미 같은 공포를 드러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50분쯤(현지시간) 117회 보스턴마라톤 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약 13초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세계 각국 참가자 2만7000여명이 출발한 지 4시간9분가량 지나 일반 참가자들이 결승선에 도착하는 시점이었다.

팔다리를 잃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로 한국인 1명이 부상해 치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스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16일 보스턴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대학생 안동식(23)씨가 폭탄테러가 발생한 현장 부근에 있다가 다쳐 보스턴 시내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미 당국은 사건 직후 추가 테러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도로를 차단하는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영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도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라며 “폭탄이 무고한 시민을 겨냥했다면 이는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에도 대국민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을 철저히 가려 책임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워싱턴=박희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