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문학/도서
  • 작게
  • 원본
  • 크게

막걸리 한 잔이면 천국 … 천상병, 그 웃음 다시 본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4.26일 00:46
술을 좋아했던 천상병 시인은 사진작가에게 술 한 잔 권한 적 없는 깍쟁이였다. 1986년 2월 인사동의 주막 '실비집'에서. [사진 눈빛출판사]그의 소풍이 끝난 지 벌써 20년이다. 아직도 눈에 선한 그의 순진무구한 표정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시인 천상병(1930~93)의 20주기를 기념한 추모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출판사)에서다. 사진작가 조문호(66)씨와 한국일보 사진기자였던 고(故) 김종구씨의 카메라에 담긴 천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의 모습 그대로다.

 따뜻한 시와 달리 천상병의 삶은 지난했다. 1952년 '갈매기'로 등단한 그는 67년 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전기고문을 당하는 등 옥고를 치렀다. 71년 고문 후유증과 음주로 인한 영양실조로 쓰러진 뒤 행려병자로 정신병원에 보내졌고, 행방 불명된 그를 기리는 유고시집 『새』도 출간됐다.

 그럼에도 그는 늘 행복했다. 사진집 속에는 막걸리 한 통이면 더 행복했던 그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득하다. 2010년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목순옥 여사가 운영했던 인사동의 찻집 '귀천'과 그가 즐겨 찾았던 주막 '실비집'에서는 지금도 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수락산 자락 의정부 자택에서 내복 차림으로 앉아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과 병실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잠든 모습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조문호씨는 “(선생님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나의 마음을 헤아리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고 기억했다.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낸 그는 이제 가벼운 새 한 마리가 돼 이렇게 울고 있을 듯하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 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날/…(중략)…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새' 중)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75%
10대 0%
20대 0%
30대 50%
40대 25%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25%
10대 0%
20대 25%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장군님 살려주세요" 박철, 23년 피하다 결국 '신내림' 받아 무슨 일?

"장군님 살려주세요" 박철, 23년 피하다 결국 '신내림' 받아 무슨 일?

사진=나남뉴스 배우 박철이 신내림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속인 전문 채널인 '베짱이엔터테인먼트'에서는 배우 박철이 신병을 호소하며 결국 신을 받는 장면이 공개됐다.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한 박철은 "무거운 마음의

"야구 생중계 화면에 덜미" 아이돌 멤버, 데뷔 4주년에 '대참사'

"야구 생중계 화면에 덜미" 아이돌 멤버, 데뷔 4주년에 '대참사'

사진=나남뉴스 그룹 '시크릿넘버' 수담이 실시간 야구 중계 화면에 남성과 함께 있는 장면이 포착되어 결국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 19일 수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데뷔 4주년 행복한 날에 놀랐을 팬들에게 미안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수담은 중계 화면에 함께

"클래스가 다르다" 이다해♥세븐, '600만원 와인 오픈' 결혼기념일 1주년

"클래스가 다르다" 이다해♥세븐, '600만원 와인 오픈' 결혼기념일 1주년

사진=나남뉴스 배우 이다해가 남편 세븐과의 결혼 1주년을 맞아 와인 애호가 면모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이날 21일 이다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늦은 기록이지만 해븐 1살 된 날"이라며 세븐과의 특별한 결혼기념일 사진 여러 장을 게시했다. '해븐'이라는 단어는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