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 캡처
[스포츠서울닷컴ㅣ이건희 인턴기자] 축구 선수 박지성(33·퀸즈파크 레인저스)의 아버지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오직 자신만 아는 '박지성 아버지'의 고충을 털어놨다.
4일 오후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이하 무릎팍 도사)'에 나온 박성종 씨는 박지성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키워낸 일화와 아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오해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도 많이 욕을 먹어서 며느리에게만큼은 욕먹지 않고 사랑받고 싶다"는 고민을 들고 나온 박성종 씨는 예상 밖의 예능감을 보여주며, 동시에 아들을 향한 헌신과 걱정 등을 솔직하고 화통하게 풀어냈다.
박성종 씨가 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준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다. /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 캡처
이날 방송에서 박성종 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 체격이 왜소해 운동하는 것을 반대하고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제대로 뒷바라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집안 걱정을 하며 검소하게 생활한 아들이 고맙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였다. 아들의 경기를 보고 뒷바라지하는 데 더욱 수월하도록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고, 아들의 키가 조금이라도 자랄 수 있도록 몸에 좋다고 들은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 비록 유명업체 축구화 한 켤레 사주지 못했을지 몰라도 박성종 씨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캡틴 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또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면서 함께 괴로워했던 이야기들도 꺼냈다. 박지성이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진출한 뒤 부상 때문에 홈 관중들에게 야유를 받을 때나, 현재 팀 내 고액 연봉자에 속하지만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는 퀸즈파크 레인저스 생활을 지켜보며 본인만큼이나 힘든 사람이 바로 박성종 씨였다.
박성종 씨가 박지성이 유럽에서 슬럼프를 겪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 캡처
이어 박성종 씨는 자신을 둘러싼 1인 기획사 논란과 그동안 보도된 인터뷰 내용에 대한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전문 에이전트와 담당자들이 운영, 수입 관리 등을 전담하고 있고 단지 아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사를 설립한 것뿐이다"며 '아버지가 아들을 마음대로 관리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또 "회사 소속 언론 담당의 인터뷰는 기사화되지 않고 내가 한 말만 신문에 난다"며 "또 의도하지 않은 내용만 보도돼 속상하다"고 억울해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에 관해서는 "아들의 부탁이 있어서 대표팀 은퇴를 내가 밝히게 됐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내가 박지성을 은퇴시킨 것으로 본다"며 '악플'과 욕 먹는 일에 몸서리쳤다.
'무릎팍 도사'가 기획의도라고 내세운 '사커 대디'의 교육법이라고 할만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박지성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법 하나는 기막히게 보여줬다. 박성종 씨는 MC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재치있는 입담과 <스포츠서울닷컴>의 단독 보도로 지난달 알려진 박지성과 SBS 김민지 아나운서의 연애 스토리를 살짝 공개하며 넘치는 예능감을 자랑했다.
박성종 씨가 박지성과 김민지 아나운서의 데이트에 대해 장소 선택을 잘못했다고 얘기해 웃음을 주고 있다. /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방송 캡처
잠깐씩 등장하는 깨알 같은 '아들 디스'와 '아내 디스' 발언은 오히려 박지성의 훈훈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아들이 데이트를 다른 유럽 선수들처럼 수영장에서 하지 왜 하필 한강 둔치에서 사진이 찍혔을까" 등 박지성 아버지만 가능한 화법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국의 축구 영웅'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박지성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박성종 씨의 공이 제일 컸다. 오해로 생긴 욕은 본인이 모두 감수한 채 아들을 위해 산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터. 이땅에서 '박지성의 아버지'로 산다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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