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상수지 흑자에 세계 경기도 호전
ㆍ재계, 석 달 전엔 “엔저로 경영 악화”
ㆍ경제민주화 법안 막으려 ‘엄살’ 분석
엔·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00엔대에 진입했지만 시장 반응은 이전과는 달리 잠잠하다. “일본 엔화 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던 기업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엔저 우려가 과도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5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4시 현재 전날보다 0.62엔 오른 100.25엔이었다. 지난 3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0.73엔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선 것은 6월3일 이후 1개월 만이다.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83포인트(0.32%) 내린 1833.31로 장을 마쳤다. 소폭 하락한 원인은 엔저 여파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 탓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지수는 0.18포인트 오른 525.40을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0.02%포인트 오른 2.95%로 3%대 밑을 유지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위원은 “엔·달러 환율이 103엔대까지 치솟았던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엔저 효과를 상쇄하고 있어 시장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은 올해 상반기와는 딴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엔저로 국내 제조업체가 수출 감소 및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과 수출품목이 겹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엔저는 수출을 감소시키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의 수출이 3.4% 감소한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막상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웃도는 본격적인 엔저가 시작됐지만 우려했던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6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월 무역수지는 55억달러 흑자(잠정)로 올해 상반기 무역흑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80% 증가했다.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2009년 상반기를 제외하곤 가장 작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는 안전자산이라는 성격이 강해 세계 경제가 불안하면 엔화 가치가 오르고(엔고) 반대로 세계 경제가 진정되거나 호전되면 내려간다(엔저)”면서 “최근의 엔저 현상은 5월 말 버냉키 쇼크에 의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차츰 안정화하고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기업의 해외생산이 상당하고, 환율의 영향이 과거보다 적어졌다”면서 “올해 상반기 엔저에 대한 우려는 과도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엔저 우려는 재계의 골칫거리였던 경제민주화 법안을 무산시키려는 ‘엄살’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엔저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잦아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의 이익단체 격인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지난 4월 낸 성명에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기업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사회 전반에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각종 경제·노동 관련 규제가 입법화돼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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