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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사로잡는 또다른 한류] 중국에 가면 한국산이 ‘명품’이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13일 04:18

◐ 에피소드 1

1983년 1월 일본 시모노세키 부두.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관문인 이곳에서 한국 주부 10여명이 통관 수속을 밟고 있었다. 쇼핑 보따리가 너무 많아 어떤 사람은 짐 보따리를 발로 밀었다. 이들은 전국 주부교실 부산시지부와 일본 시모노세키 부인회의 자매결연 명목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일본 신문 사회면에는 ‘한국 주부들의 쇼핑 관광’이라는 1단짜리 기사가 실렸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한국 주부들이 시모노세키에서 일본 상품을 산더미처럼 사갔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짐 보따리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밥통이었다. 이 밥통은 우리나라에서 ‘코끼리표’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조지루시의 제품이었다.

◐ 에피소드 2 1987년 영국으로 출장 갔던 김진석씨는 공항에서의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출장을 마치고 히스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고 있던 김씨에게 공항 직원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한국 사람이 아닌가요?”

당황한 김씨가 이유를 묻자 무표정했던 공항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한국 사람 대부분은 버버리 코트에 쌤소나이트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데 당신은 아니어서 물어봤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을 찾는 한국 여행객에게 버버리 코트와 쌤소나이트 가방은 일종의 ‘필수 구매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1983년은 해외여행 자유화의 원년으로 꼽힌다. 당시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들어오는 한국인들의 손엔 밥통 상자 한두 개가 기본으로 들려 있었다. 루이비통 가방과 버버리 코트도 해외 여행길에 반드시 사와야 하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혔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2013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 손에는 쿠쿠 밥솥이 들려 있다. 어깨에는 금장 장식이 화려한 MCM 가방을 둘러멨고, 여행가방 안에는 선물용으로 구입한 락앤락 그릇이 가득 들어 있다.

◇또 다른 한류 이끈다=중국에선 가수와 드라마, 게임만 한류 열풍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이랜드의 티니위니, 성주그룹의 MCM 가방,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 등 패션부터 쿠쿠전자의 쿠쿠 밥솥, 락앤락 보온병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한국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전략은 ‘명품’이었다. 명품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의 매출은 눈에 띄게 급성장했다.

의류회사인 이랜드 티니위니는 2004년 5개 매장에서 14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연매출 4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도 2009년 진출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락앤락도 2009년 1169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605억원을 달성하면서 배가 넘게 성장했다.

중국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한국 제품은 불황으로 어려운 국내 유통업계에도 숨통을 틔웠다. 한국 명품을 사려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 ‘본토’의 백화점과 아웃렛, 면세점은 주요 관광 코스가 됐다.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왕수화씨는 “한국에 유학 온 친구들이 중국에 돌아올 때면 쿠쿠 밥솥을 하나씩 가지고 왔다”며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성능이 너무 좋아서 다들 하나씩 사 들고 온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쿠쿠전자의 최근 상반기 면세점 매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엔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고, 올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0% 증가했다.

중국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김명철씨는 “중국에서도 쿠쿠 밥솥을 팔고 있지만 한국어 음성 서비스가 나와야 명품 대우를 받는다”면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구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이 명품이 된 이유=한국 제품들이 명품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이 현지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시장을 공략했기에 가능했다.

이들 업체는 가장 먼저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초기 브랜드 관리에 집중했다. SK네트웍스는 오즈세컨이 명품으로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이른바 ‘매스티지’ 소비 트렌드를 파고들었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합성한 단어로, 최고급 명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고급품을 가리킨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디자이너의 감성을 지닌 디자인을 앞세웠다.

쿠쿠전자는 하얼빈 숭레이백화점, 장춘의 오유야백화점 등 지역별 고급 백화점에 입점해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락앤락의 경우도 중국 은행과 대기업이 VIP 고객에게 선물로 제공하면서 상류층이 쓰는 그릇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중국인의 정서를 파고든 전략도 주효했다. 이랜드는 곰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정서를 파고들기 위해 ‘작고 귀엽게’ 디자인한 판다 캐릭터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락앤락은 중국 사람들이 개인물병을 들고 다니며 차를 마시는 습관에 착안해 일반 제품들과 달리 차 거름망을 추가한 소위 ‘이중구조 차 통’을 출시했다.

쿠쿠 밥솥은 최근 중국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직접 밥을 지어먹는 가정이 늘어난 데 착안해 중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았다.

이러다 보니 한국보다 1.5∼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도 중국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제품을 선택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관세는 물론 유통 채널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책정하고,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물류비까지 비싸다”면서 “광고비도 한국보다 5∼6배 비싸다 보니 가격 자체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중국 사람들은 선뜻 우리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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