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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그동안 미안” “엄마 나도 이해해”… 이혼 쿨해졌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7.30일 05:59

충남 논산에 사는 A씨(여·36)는 남편(40)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2011년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남편은 술만 먹으면 난폭하게 변했다. 사소한 시비도 폭력으로 이어졌다. 대전가정법원 논산지원 김은영 판사는 A씨 부부에게 ‘가사상담’을 권고했다. 남편은 가사조사관에게 “소심한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도 마음속에 담아두는 편인데 술만 마시면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 폭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두 사람은 두 달 동안 전문가 상담을 받았다. 9차례 상담하며 남편은 술을 끊었다. 아내를 손찌검하는 일도 없어졌다. A씨는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 남편 입장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남편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었다. 남편은 “이혼만은 피하고 싶지만 아내가 원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해 법적으로 갈라섰지만 여전히 한집에 산다. A씨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편의 긍정적 변화에 확신이 생기면 다시 법적 부부로 살겠다고 했다.

법원의 ‘이혼 전 가사상담 권고’ 제도가 정착기에 들어섰다.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본격 이혼절차를 밟기 전에 전문가에게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제가 아닌 권고 조항이라 원하는 당사자만 상담을 받는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2010년 21건에 불과했던 가사상담이 지난해 345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개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악감정만 가진 채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제도는 그런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상담을 받고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하는 부부도 있다. B씨(여·32)는 남편(41)이 폭언과 폭력이 수반된 의처증 증세를 보인다며 2011년 12월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남편도 지지 않았다. 폭언·폭행은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B씨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면서 가정에 소홀했다고 맞소송을 제기했다.

B씨 부부는 이혼 직전 가사상담을 받았다. 학교에서 계속 울기만 한다는 첫째 아이(10)와 멍하게 창밖을 바라본다는 둘째(8)의 이야기에 격앙됐던 두 사람은 누그러졌다. 상담위원은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8차례 상담 끝에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이어가기로 마음을 돌렸다. 상대방이 변했으면 하는 부분을 정해 각자 지켜 나가기로 약속한 후 사건은 조정으로 종결됐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일 경우 가사상담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창국 판사는 지난 2월 40대 부부의 이혼사건을 맡았다. 부부보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 C군(13)이 문제였다. 부모가 이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C군은 친구들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 정 판사는 가족 모두 상담 받을 것을 권고했다.

상담위원과 몇 차례 만나며 C군의 관심은 ‘부모의 이혼’에서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상담을 종결할 무렵 C군은 ‘아빠, 엄마의 선택을 존중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제 알아. 괜찮아’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C군은 상담을 통해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였다. 정 판사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판사들이 가사상담을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ey Word : 이혼 전 가사상담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부부에게 관계회복 가능성이 있거나 이혼하더라도 자녀 양육 등을 위해 원만한 협의가 필요한 경우 이혼 판결 전에 전문 상담인의 상담을 받도록 하는 제도. 법원과 전문 상담인이 개입한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이 이혼 여부를 신중히 생각토록 기간을 두는 이혼숙려 제도와 다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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