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박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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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땡큐>에 출연한 배우 손현주와 가수 보아
ⓒ SBS
떨어지는 물방울이 모이면 단단한 바위도 뚫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연예인의 모습은 힘든 시절을 수년 이상 지낸 다음에 보여지는 '결과물'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자리에 올라오기까지는 숱한 난관과 역경을 딛고 올라서야 했다는 이야기다.
9일 방송된 SBS <땡큐> 마지막 회는 연예인들이 명성을 얻기 전까지 힘들었던 나날들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지금은 천만 관객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류승룡이 유해진과 함께 비데 회사에서 비데를 조립하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으며, 문정희가 2년 반 동안 오디션을 백 번이나 낙방한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데뷔 20년이 넘어서야 명품 배우로 대접받는 손현주도 '넌 잘 될 거야'라는 덕담 대신에 '넌 안 될 거야'라는 독설만 십 년 넘게 들었다고 하니, 만일 그 독설에 손현주가 거꾸러졌다면 지금의 손현주는 명품 배우로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연못에 던진 돌을 수면 위에서 보려면 그 돌들이 쌓이고 계속 쌓여서 수면 위에 오를 때까지 돌을 던지고 또 던져야만 한다. 하지만 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면 연못 위로 솟아나는 돌을 볼 수 없다.
인생에서 어떤 결실을 맺고자 해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가 보이지 않아 낙심하고 절망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길을 계속해서 걷기를 바란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유해진과 손현주·문정희는 보여주고 있었다.
▲ SBS <땡큐>에 출연한 박정률 무술감독
ⓒ SBS
또 이날 <땡큐>에서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화려한 액션 장면이 실은 무술 스태프의 피와 고통이 어우러져 결합되는 창조물이라는 걸 박정률 무술감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영화 <아저씨> 속 원빈의 화려한 무술이 있기까지, 무술 스태프가 구르고 맞고 떨어지는 순간들이 모였을 때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변변한 보험 하나 가입하기에도 조건이 받쳐주지 않고, 사고라도 나면 몇 달을 병원 신세 져야 하는 막막함을 감당해야 한다.
어떤 차를 굴릴지를 따지려면 무술 감독의 길은 가지 말았어야 하는 박정률이 그럼에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무술 스턴트라는 이 길이 그가 좋아하는 길이어서, 행복한 길이어서다. 돈과 명예를 추구하기보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길을 걸을 때 얼마나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지금의 한국 영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땀과 노고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렇게 <땡큐>는 보아와 영화배우·스태프의 진솔한 이야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간 <땡큐>가 선사했던 잔잔하면서도 애잔한 울림을 시청률이라는 잣대 때문에 이제 다시는 접하지 못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또 하나의 '힐링' 프로그램을 방송사의 뒤안길로 보낸 듯한 씁쓸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