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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에서 최종 승자는…회사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3.10일 14:50
[한겨레]다정다감한 멘토 대신 심사위원석에 앉은 기획사


오디션의 근본적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줘

SBS의 'K팝스타'는 '깔끔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실력'만으로 평가받는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자의 솜씨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몇몇 참가자의 과거나 성격이 잠깐 입방아에 올랐지만 <슈퍼스타K> 때처럼 연예 게시판들이 폭발하는 일도 없다. 심사 기준이나 심사평에 대해서도 (가끔 박진영이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같은 말을 하는 것 외엔) 별 논란이 없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K팝스타'를 보며 방송 내용에 납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가자들의 빼어난 실력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아무래도 예전만큼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가 심사위원들과 거리감을 두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게 회사의 방침이라면 어쩔 수 없지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거리감 말이다.

최후의 영광은 심사위원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분명해진 역설 중 하나는 참가자는 결코 이 게임의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참가자의 전성기 혹은 '리즈 시절'은 순위에 오른 바로 그 순간까지다.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진행되는 방송에서 참가자의 실력과 이미지는 거의 남김없이 소비된다.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들 사이에서 히트곡이나 명곡의 '곡발' 덕을 보던 참가자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진짜 프로들 사이에서 신곡을 들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에게 궁금한 것이 별로 없고, 신곡이 좋다는 보장은 더욱 없다. 그는 생짜 신인도 본격 스타도 아닌 채 경력을 시작한다. 허각을 제외하고 오디션의 개미지옥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없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최후의 영광을 가져가는 건 심사위원 또는 '멘토'다. 심사위원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프로그램의 성패와 관계없이 '거장' 혹은 '전문가'로서 자리를 잡는다. 김태원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돈이 돈을 벌듯 스타가 되는 건 이미 스타였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슈퍼스타K> 대비반'이나 '<위대한 탄생> 대비반'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마트에서 시식용 커피를 타거나 피자를 배달한다.

'K팝스타'가 둔 한 수는 심사위원의 자리에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앉혀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인 '뒷감당을 어찌할 것이냐'를 해결했다는 데 있다. 참가자는 훗날에 대한 보장이 불분명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실제적이고 객관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이 다른 무엇도 아닌 '입사' 또는 '채용'을 위한 실력과 가능성을 본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보아는 방송에서 "SM에서는 누구누구를 캐스팅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심사평이 좀 오락가락해도 그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회사의 방침'처럼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회사'를 대표하는 '개인'의 인간적 매력들, '따스하면서도 엄격한 전문직 여성' 같은 보아나 '일과 사랑, 사랑과 일'을 구분 못하는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박진영,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형'처럼 보이는 양현석의 모습은 '개인'이 대표하는 '회사'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심사위원의 자리에 '회사'가 앉았다는 건 결국 프로그램의 목표가 '회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실력 있는 인재'를 뽑는 데 있다는 뜻이다. '악마의 편집' 같은 게 동원되지 않는 것도, 참가자의 인간극장식 사연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도 이렇게 보자면 의도된 선택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코치의 지시에 불응해 다른 곡을 골랐던 <톱밴드>의 번아웃하우스 같은 참가자는 애초에 나올 수 없다. 'K팝스타'의 참가자들은 심사 전날 밤 레퍼토리를 바꿔도 말 한마디 못하고 방송 무대에 가사를 적은 종이를 들고 나와야 한다. 'K팝스타'에서 유난히 '자기관리'라는 말이 자꾸 눈에 띄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다른 오디션이라고 해서 이런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슈퍼스타K>의 격렬한 파토스나 <위대한 탄생>의 다정다감한 멘토십을 제거한 뒤 살균 처리를 한 것 같은 이 '깔끔한' 프로그램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근본적 속성들이 마치 고기를 깨끗하게 발라낸 뼈처럼 하얗고 단단하게 드러난다. 파울루 코엘류는 '승자는 혼자다'라고 했지만 'K팝스타'에서 승자는 회사다. 우리가 알고도 모른 척했던 진실을 'K팝스타'는 아예 프로그램을 굴리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개인의 취향' 없고 '회사의 방침' 있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K팝스타'를 볼 때마다 SM과 YG와 JYP의 연습실에서 몇 년 동안 춤을 추고 노래해온 연습생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눈에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자기관리 부족'을 탓하기도 전에 밀려난다면 그땐 누구에게 무엇을 호소해야 할까. 여전히 그건 'K팝스타' 같은 길을 뚫을 판단력과 배짱과 실력이 없던 자기 잘못인 걸까.

최민우 <웨이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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