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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 뒤의 대통령

[기타] | 발행시간: 2013.08.30일 12:38

8월19일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정보요원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가림막 뒤에서 답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사건에 ‘가림막’을 치고 앉아 있다.국회사진기자단

[한겨레21] [이슈추적] 삼각 구도와 수사 은폐·축소 일부 드러났지만 결과보고서 채택 안 된 채 끝나… 새누리당 “재판 진행 중”이라며 특검 가능성 차단 나서고 대통령은 여전히 묵묵부답

국정조사는 끝났다. 8월23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결과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예상된 결과다.

“국가정보원 직원 등의 2012년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축소 수사 의혹 및 폭로 과정의 의혹 등 제반 사항들에 대해 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하고자 함.”

김무성은 사라지고 권영세는 중국에

52일 전,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는 ‘조사의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실체적 진실은 규명되지 못했다. 당연히 “규명하여”의 뒷문장도 실현되지 못했다.

막말 공방에 묻힌 면이 있지만, 국정조사의 성과는 있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커넥션 의혹과 관련해 ‘권영세-김용판-박원동’ 3각 구도의 꼬리가 드러났다.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의 ‘한밤중 수사 결과 발표’ 직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 발표 전날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수상한 점심 식사’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이 유출돼 새누리당 선거 운동에 활용된 것과 관련한 새로운 정황도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12월13일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권영세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와 관련해서는 김 전 청장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압수수색을 신청하지 말라고 한 사실이 공개됐다. jtbc 여론조사(8월20일 700명 대상)에서 ‘청문회 결과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0.1%, ‘청문회 결과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5.7%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규명되지 못했다. ‘컨틴전시 플랜’을 이야기한 권영세 실장은 주중대사로 중국에 머물렀고, 부산에서 대화록을 꺼내 읽은 김무성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7월 말 이후 국회와 당의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체적 진실은 규명될 수 있을까?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8월23일 김 전 청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벌써부터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에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조선일보>는 8월19일치에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 분석관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동영상 녹취록 일부를 왜곡했다고 보도했다가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자 8월21일치에 ‘바로잡습니다’를 싣는 등 오보를 일부 시인했다. 이미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8월20일치에 비슷한 검찰 비난 보도를 쏟아낸 뒤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8월20일 대검 주례간부회의에서 “특별수사팀은 사필귀정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그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을 수 있도록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보수언론의 검찰 공격

검찰 수사, 재판과 별개로 특검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확인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성과가 있었지만, 검찰이 밝혀낸 것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직원의 지시를 받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댓글을 작성한 민간인 이아무개씨의 계좌에서 국정원 돈으로 추정되는 9234만원이 발견되고, 국정원 댓글 작업을 한 직원의 규모가 최소 72명 이상으로 드러나는 등 검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특히 국정조사에서 쏙 빠진 권영세 주중대사와 김무성 의원의 대화록 유출 및 선거운동 활용 의혹은 국정원 선거 개입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 전 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검찰에 권력의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본다. 특검을 통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8월22일 성명에서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위 모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과 경찰의 축소·은폐 의혹 전모를 밝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국정조사를 거치면서 새로 부각된 위법행위에 대한 합리적 의혹도 있다. 이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검사의 수사를 촉구할 때”라고 말했다. 시국회의는 8월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9차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특검 촉구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8월23일치 <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조사 이후 이 사건의 바람직한 진행 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59.8%가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 만큼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특검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청문회 다음날인 8월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 국정조사였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스스로 극찬한 바 있는 검찰 공소장을 바탕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국정조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혹도 더 이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의 요구를 미리 일축했다. 8월 결산국회 참여를 추진했다가 하룻만에 ‘천막 투쟁’에 집중하기로 한 민주당은 추석 전까지를 ‘1차 총력전’ 기간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등원과 특검 카드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부담은 박 대통령이 지게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면 박 대통령 부담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가림막’ 뒤에 앉은 건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야권의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데, 오히려 박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에 불복하고 있다. 정권 5년 내내 정권의 정당성에 대해 의심받을 것이다. 이는 국민과 박 대통령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국정의 포괄적 책임자로서 사과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는 끝났지만, 국정조사가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으면, 유사 사례는 재발되고,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은 확보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가 남긴 교훈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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