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시진핑 국가주석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고강도 부패척결 운동이 권력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는 중국 정치와 사회에 이데올로기(이념)가 복귀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권력투쟁 시기'라는 사설에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리더십 이행 과정은 이데올로기로의 복귀를 시사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먼저 최근의 보시라이(薄熙来) 전 충칭시(重庆市) 서기에 대한 1심 재판, 장제민(蒋洁敏) 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기율위반 혐의에 대한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앙기율위)의 조사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시 주석의 '부정부패 척결' 공약의 이행처럼 보인지만 실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중앙기율위에서 "호랑이(고위급 부정부패자)에서 파리(하위급 부정부패자)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꺼번에 척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문은 이에 대해 "시 주석의 공약을 액면 그대로 믿는 중국인은 거의 없다"며 "중국의 지도자들은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정부패 사건을 종종 이용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은 서구식 입헌 민주주의 등 악의적 사상을 근절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수정 캠페인'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1940년대 마오쩌둥(毛泽东) 전 국가주석은 공산당을 자신의 의지에 맞게 재편하기 위해 정치적 운동을 벌인 바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분석가들은 시 주석의 부패척결 운동은 시 주석이 이전에 평가된 것보다 좌파 성향이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한다"라며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좌파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시 주석의 부정부패 척결 운동이 지난 4월 당 간부들에게 '9호 문건'을 보낸 이후 본격화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공산당 엘리트들은 당 중앙위원회 중앙판공청에서 지난 4월 배포한 '9호 문건'을 학습하고 있다"며 "문건에는 서구식 입헌 민주주의 등 중국 사회에 안정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7가지 위험을 지적하고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10년 전 후진타오(胡锦涛) 전 국가주석은 공산당 상무위원회 안에서 우군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당 총서기가 됐고 장쩌민(江泽民) 전 주석으로부터 군권을 넘겨받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 했다"고 지적하고 "현재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리더십 이행은 당시보다 훨씬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문은 "이전과 대조적인 부분은 시 주석이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 과거 마오쩌둥, 덩샤오핑(邓小平)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 중국의 권력 핵심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1989년 톈안먼(天安门) 사태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숙청이나 대중 캠페인보다 합의에 의한 통치와 타협에 의한 이견 해소 방식을 택했으며 당내 경쟁도 이데올로기적 파벌 간이 아니라 후원자 네트워크 간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마지막으로 "중국 대중이 점점 생활수준을 높이는 대신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문제 삼지 않는 이른바 `포스트 1989년 사회 체제'에 싫증을 냄에 따라 이데올로기가 다시 전면으로 복귀하고 있다"며 "보 전 서기는 이러한 정치적 대안에 대한 갈망을 자본화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전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