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뉴욕의 중·고교에 재학 중인 아시아 청소년의 절반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안시민단체인 AALDEF와 시크연맹은 5일 “뉴욕시 160개 이상의 중·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시아계 학생들의 절반이 인종차별이나 종교 등의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브롱스의 파완프릿 싱(16)은 시크교도로 터번을 쓰고 다닌다. 싱은 학교에서 급우들이 이름을 부르는 적이 거의 없다. 그 대신 ‘뒤집어쓴 머리’ ‘오사마’, ‘테러범’ 등 종교를 비하하거나 인격을 무시하는 별명으로 불린다. 견디다 못한 그는 새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더 많은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파완프릿은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놀림을 당하는 아시아 학생들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며 “피해 학생들이 더 괴롭힘을 당할까봐 학교에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전국교육통계센터의 조사 자료에서는 아시안 학생들의 11%가 인종차별적인 놀림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인 학생의 경우 3%, 흑인은 7%, 히스패닉은 6%였다.
이듬해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학교 내 괴롭힘에 관한 제재 규정 등을 만들고 학교 복도에 ‘모두에 대한 존중’이란 제목의 포스터를 붙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시안 학생들의 고통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괴롭힘을 당한 학생의 40%만이 학교가 부모에게 그같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크연맹의 아마딥 싱 공동설립자는 “이는 많은 피해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소개한 파완프릿도 중학교 때는 급우들이 괴롭힌다는 사실을 집에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매일같이 아이들이 나를 놀렸지만 밖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드위트 하이스쿨 11학년인 파완프릿은 피해 학생들을 돕는 시크청소년그룹에 속해 있다. 그는 “때로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을 때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괴롭힘을 당한다고 폭력을 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괴롭힘을 당하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말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욕시 교육국의 마지 페인버그 대변인은 “학교 내 괴롭힘은 아주 심각한 사안이다.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놀림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고 유사 사건들을 주시하는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뉴욕시가 괴롭힘의 유형과 발생 건수를 매년 발표해야 한다”면서 “교사 등 교직원에 대한 훈련과 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