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새누리당 지도부 및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청와대의 불통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2주간 공식적으로 확인된 만찬 회동만 네 차례에 달할 만큼, 김 실장의 ‘만찬 정치’가 만개하고 있다. 당내에선 당·청 간 소통을 강화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는 평가와 함께 만찬 장소가 모두 청와대 인근이고 김 실장측에서 만찬 사실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함구령’ 수준의 보안을 주문한다는 점에서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청와대로 쏠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10일 저녁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 최고위원단, 최경환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 핵심 당직자들과 청와대 인근의 한정식집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김 실장은 이날 회동에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행하지 않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박준우 정무수석 등을 동석시켰다. 한 참석자는 “황 대표와 김 실장이 당·청간 소통 강화를 위해 의기투합을 해서 만든 자리”라며 “여의도 인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식사를 하려다가 외부 노출 가능성과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청와대 인근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 김 실장은 최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을 자신의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대접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지난 9월 26일에는 권성동, 김재원, 김진태, 박민식, 장윤석 의원 등 검사 출신 새누리당 의원 10여 명과 역시 청와대 앞 중식당에서 만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엔 강석호, 김성찬, 나성린, 박상은, 심윤조, 이우현, 정병국 등 당내 해군 및 해병대 출신 의원 8명과 청와대 근처 일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동안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김 실장이 직접 소통 해결사로 나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김 실장은 검사 출신 및 해군·해병대 출신 후배 의원들과의 사적 모임 성격 자리에선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과 견해를 강연식으로 설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통적으로 김 실장은 의원들에게 만찬 일정을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최근 만찬 회동에 참석한 바 있는 한 의원은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장소 선택과 보안 요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현일훈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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