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있는 북한식당 ‘모란봉’의 여종업원인 정설향의 인터넷 팬클럽.
해외 북한 식당의 한국인 출입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곳에서 지불하는 돈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사금고(39호실)에, 대남정보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에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보위부, 정찰총국 및 당·정군 산하 무역회사 등 여러 기관이 중국과 러시아, 캄보디아 등 12개국에 110개의 북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통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이들 해외 식당운영을 통해 연간 500만∼1000만 달러(53억∼107억 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식당의 80∼90%는 현지인과 공동투자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단독 투자로 설립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외화벌이 확대 일환으로 해외에 북한식당 진출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북한 식당을 빈번히 출입하면서 파생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남공작의 거점, 대남 선전활동의 창구로 활용하는 데 부지불식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심지어 일부 여행객은 블로그 등에 북한식당 이용 후기를 올려 방문을 권유하기도 하고 여종업원의 팬클럽까지 결성하고 있다. 캄보디아 ‘평양랭면관’ 김태희(별칭), 상하이(上海) ‘모란봉’ 정설향 등은 온라인상에서도 유명인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해외 북한 식당들에 설치된 도청장치나 감시카메라를 통해 공작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하고 있다. 현지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북한 식당에 들어갈 때 절대 내실에 들어가지 말고, 여종업원과 친밀하게 지내지 말라는 출입 시 유의사항도 입소문을 통해 퍼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식당에서 대남 첩보수집자료 등이 담긴 보고서가 발견된 적도 있다. 지난 2011년 9월 네팔 정부가 ‘옥류관’을 탈세혐의로 압수수색했을 당시 PC에서 한국인들의 대화내용과 신상자료가 담긴 보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국인들이 북한 식당을 이용할 경우에 북한 주민 접촉 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위법행위 입증도 곤란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에는 범법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어 처벌도 사실상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부 군소여행사와 현지 가이드들이 여행 일정에 북한 식당방문을 포함시키고 ‘화려한 공연’ 등의 문구를 사용해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정보당국은 특히 중국에 진출한 기업가와 주재원들이 퇴근길에 들르거나 한국에서 온 손님 접대 시 극진한 서비스를 한다고 알려진 북경 D관에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북한이 독자 투자한 평양식당으로, 카페 형태로 24시간 운영되고 있는데 종업원들이 북한 첩보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주로 한국기업들의 정보가 여종업원들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면서 “동포를 살린다는 마음에 자주 드나든다는 내국인들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