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 김수정 기자] "진짜 받고 싶었습니다…드디어 받네요"
1일 오후 7시 25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신현준, 하지원의 진행으로 제50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여우주연상은 엄정화가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로써 엄정화는 생애 첫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이날 시상자로 무대 위에 오른 조민수는 수상결과가 담긴 봉투를 열어본 후 "어제 여우주연상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엄정화)가 '언니, 나 상복 없나봐'란 말을 하더라. 관객한테 상은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상이 그녀 품 안에 간다"고 외쳤다.
이에 엄정화는 자신이 수상자임을 알아채고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무대 위에 오른 엄정화는 트로피를 들고 잠시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더니 "진짜 받고 싶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정말 대종상이 받고 싶었다. 오늘 수상하지 못했지만 최고의 감독님은 정근섭 감독님 감사하다. 내가 상을 타지 않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던 김상경 씨도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동생(엄태웅)이 상 받으면서 울지 말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엄마를 모시고 왔을 텐데. 사랑한다. 우리 가족들, 사랑에 아빠께도 꼭 이상을 보여드리고 싶다. (엄)태웅아, 누나 상 받았다"고 밝혔다.
또 엄정화는 "40대에 접어든 여배우로서 고민도 많고 두려움도 많다. 당당하게 멋지게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로 나아가겠다"고 진솔한 다짐을 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몽타주'는 15년 전 유괴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발생, 범인으로 인해 딸, 손녀, 인생을 빼앗겨버린 세 명의 피해자에게 찾아온 결정적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엄정화는 딸을 잃어버린 엄마 역을 맡아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1992년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엄정화는 국내에서 가수와 배우 모두 성공을 거둔 거의 유일한 여배우다. 하지만 '가수 출신 배우', '가수 겸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편견 탓인지 유독 '배우' 엄정화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돼 왔던 것이 사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엄정화는 유독 대종상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배우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결혼은 미친짓이다'로 2003년 처음으로 대종상 문을 두드렸으나 수상 영광은 '중독'의 이미연에게 돌아갔다.
2007년에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여우주연상에 도전했으나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에게 트로피를 트로피를 건네야 했다. 지난해 '댄싱퀸'으로 또 한 번 대종상 여우주연상에 도전했으나 이 역시 '피에타' 조민수라는 강력한 후보를 만나 노미네이트에 만족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대종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 것.
스스로 "상복 없는 배우"라 할 정도로 연기상과 인연이 깊지 않았던 엄정화의 눈물에는 분명 수많은 감정이 켜켜이 쌓여있을 터. 그럼에도 그의 눈물이 마냥 슬프지 않은 이유는, 그가 "40대 여배우로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자신의 위치와 미래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는 배우라는 점 때문이다. 엄정화의 솔직한 눈물과 고백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한편, 올해 제50회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관상', 감독상 '관상'의 한재림 감독, 남우주연상 '7번방의 선물' 류승룡, '관상' 송강호, 여우주연상 '몽타주' 엄정화, 남우조연상 '관상' 조정석, 여우조연상 '늑대소년' 장영남, 신인감독상 '내가 살인범이다' 정병길 감독, 신인남우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신인여우상 '짓' 서은아 등이 수상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KBS2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화면 캡처, 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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