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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가야금'을 빚어내는 이 사람

[기타] | 발행시간: 2013.12.07일 11:55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네 한국인들은 아직도 서양음악에 더 익숙해 있지요. 그런데요, 가야금 소리를 한번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서양악기가 따라오지 못하는 특유의 맑고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게 돼 있어요. 그 깊은 맛의 정수를 알리는 최고의 국악기를 만드는 일이 바로 제 운명이지요."

바닥에 뉘어놓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야금을 만지며 장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칠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그대로 간직한 오동나무 판 울림통 위에 정성스레 꼬아둔 명주실 12줄이 가지런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판과 줄 사이로 소리가 흩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세모꼴 '안족(雁足)'이 단단히 걸쳐 있다. 장인은 이제 막 가야금 머리에 쇠뿔로 만든 장신구를 나무판 오른쪽에 박으려던 참이었다.

5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 '고흥곤 국악기연구원'에서 현악기장 고흥곤씨(사진ㆍ62)를 만났다. 4층짜리 연구원 건물은 고씨가 직접 지은 '현악기 제작소'다. 1층에는 아쟁이나 해금이, 2층은 거문고와 가야금, 3층은 18현 또는 25현의 창작가야금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양재역 쪽으로 공방을 옮기기 전까지 서울 숭인동에서 살았다고 한다. 고씨는 "지방에서도 손님들을 많이 올라올 뿐더러, 이 인근엔 국악고와 국립국악원이 있어 '고객 편의'를 위해 아예 이곳에 대출받고 집을 지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42호 악기장인 그를 찾는 이들은 국내 최고의 국악 연주자들부터 전공자와 학생 등 다양하다. 특히 황병기, 이영희, 강정숙 등 손에 꼽는 유명 국악인들이 꼭 그의 악기만을 고집한다. 고씨는 "가야금만 따지면 국내에서 대략 1년에 8000대가 팔리고 있는데, 이 중 300대 정도가 내 몫이다"며 "최고의 연주자들에게 건네지는 가야금은 20대가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전공자 또는 취미용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과거보다야 우리 국악기가 더 많이 보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8000대는 바이올린에 비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고씨는 1970년부터 15년 동안 최초의 악기장 기능보유자였던 고(故) 김광주 선생의 서울 삼청동 공방에서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사실 두 사람 간의 인연은 고씨가 초등학교 시절 때 이미 시작됐다. 고향 전주에서 살던 시절 바로 옆집 주인이 김광주 선생이었다. "줄줄이 집안에 세워진 나무판을 가지고 놀다가 혼난 적도 많았죠. 어릴 땐 그게 가야금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김 선생님께서 제가 스무살이 되자 국악기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냐고 서울서 연락이 왔지요." 그렇게 시작된 국악기와의 만남이 40년을 넘겼고,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제자 8명이 또 그의 뒤를 이으려 하고 있다.

국악기 장인에게 좋은 소리를 듣는 귀를 갖는 것은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는 그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늘 안타깝다.

"남들은 우리 국악소리에 반하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 소리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음악에는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있지요. 악기도 자연그대로를 쓰죠. 우린 중국이나 일본처럼 가야금 줄을 쇠줄로, 합성섬유로 꼬지 않아요. 그 좋은 소리를 우리 자신이 제대로 아끼지 않으니... "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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