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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품격이 그립다, 종갓집의 기억

[기타] | 발행시간: 2013.12.07일 12:00

노송정 종부가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종가특별展, 국립민속박물관 내년 2월까지 전국대표 문중 종손·종부 참여, 제사·교육 등 재조명

영천이씨 농암 이현보 종가 ‘적선(積善)’ 현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가야 윤정아. 너는 나와 어떤 의미로 보면 동창생이랄 수도 있지 않겠나?! 진성 이씨, 노송정 가문에 종부로서 30년 전후로 너와 내가 입학하고 지금 몇 년(?) 겹친 현실에서 선후배로 유세 떨다, 나 떠나고 나면 지금 내 위치에 네가 서 있을 생각하니 만감이 가슴을 휘 누비는구나. 우리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너답고, 나답도록 태산 같은 자긍심을 갖자구나."

'종갓집'이라고 하면 으레 고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는 며느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한 격식과 끊임없는 제사에 허덕이며 숨죽여 사는 한 많은 여인의 곡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종가'에 대한 이미지가 오해일 수 있단 사실을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하는 한 편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 편지글은 진성 이씨 노송정 18대 종부 최정숙씨가 2004년 시집온 맏며느리에게 보낸 것이다. 고부 사이가 아닌 '동창생'으로 자신을 여기라며 따뜻하게 맞아주는 종부의 따뜻한 마음씨가 엿보인다.

애일당구경첩

종가(宗家)에서의 가정교육에는 이 시대에도 필요한 많은 덕목들이 숨어 있다. 실제 종갓집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수직적이고 고리타분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종가를 바라보는 색안경을 벗게 하는 많은 내용들이 함축돼 있다. 경주 최씨 정무공 최진립 장군 종가의 종손 최채량씨는 "할아버지가 조용히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조용히 이야기하고, 할아버지가 소리치면 아이도 따라서 소리칩니다. 어른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본을 보여야지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어긋난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지 않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종가의 주된 교육방식이었다.

한 문중에서 맏아들로만 이어 온 큰집. '종가(宗家)'를 재조명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종가의 중요한 덕목인 '적선애일(積善愛日)' 사상과 자녀교육, 종가 여성들의 삶, 혼례와 제사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전시실 내부는 종갓집의 사랑채, 안채, 부엌, 담장 등 종가 살림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디자인 형식으로 꾸며졌다. 전시장을 다니다 보면 집 구경을 하는 듯한 색다른 느낌이 든다. 집 안에는 또 보물 제 1202호인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과 같은 조선시대 유물부터 한 달 전 종가의 손님맞이 다과상까지 종가와 관련된 자료 총 156건 238점이 소개된다. '애일당구경첩'은 조선시대 문신 농암 이현보에게 90세가 넘은 부모가 생존하신 것을 기념해 그의 지인들이 증정한 그림과 송축시(頌祝詩)를 모아 엮은 책이다.

'종가' 특별전 전시장 내부

이 전시를 기획한 이건욱 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밖에서 착한 일을 쌓고, 안에서 효를 실천한다는 뜻의 '적선애일'에는 종가의 오랜 전승비결이 숨겨져 있다"며 "이 말에는 '부자유친(父子有親)'과 같이 지위고하를 떠난 평등하고 가까운 관계를 지향하는 사고, 사람에 대한 배려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적선(積善)'현판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 속에 담긴 종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의 개인주의ㆍ물질만능주의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국의 10여 문중의 종손과 종부들이 참여해 직접 원고를 작성하고 전시자료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학예연구사는 "종갓집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그 지역 토박이로 공무원이나 문화재해설사를 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 전시에서 종손들은 전시장 내 메시지, 동선에 대한 설명 문구를 써 줬고, 종부들은 종가 여성의 삶과 대물림에 대해 감동적이면서 때로는 재치있는 유머를 발산하며 전시 영상의 주연이 돼 줬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4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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