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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덮쳐오는데… 불보다 뜨거웠던 母情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3.12.13일 08:29
[부산 아파트 화재 일가족 4명 사망… "시신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두 아이 꽉 안아"]

거실 전기누전이 원인인 듯… 큰딸은 미처 방에서 못나와

엄마와 자녀 셋 사진 오려 장례식 영정 사진 만들어


11일 오후 9시 35분. 부산 119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황급하게 "집에 불이 났다, 빨리 와 달라"고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 사이로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이들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전화기의 목소리는 곧 끊겼다.

하루가 지난 12일 오후 부산 한 요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 한 개의 영정 액자 속엔 어머니와 자녀 셋의 사진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부산 북구 화명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난 불 때문에 숨진 어머니 홍모(33)씨와 아들(9), 큰딸(8), 작은딸(1)의 얼굴이었다. 집이 다 타버리는 바람에 남편 조모(33)씨가 평소 갖고 있던 사진을 오려 영정 사진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45분가량 진화 작업으로 불을 완전히 끈 뒤 아파트 베란다 쪽에서 어머니 홍씨와 아들, 작은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엄마는 몸 아래에 아들과 작은딸을 품고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숨져 있었다. 화재 속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이다.

홍씨의 시신을 가장 처음 발견한 소방관은 "가족들의 시신을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꼭 안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엄마의 시신 등쪽은 뜨거운 불길을 견디다 못해 녹아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소방관들은 말했다. 아들과 작은딸을 감싸 안은 팔 역시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소방관과 경찰에 따르면 불은 거실에서 전기 누전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엄마는 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두 자녀와 함께 베란다로 피신한 뒤, 아이들에게 가는 불길을 막으려고 등을 돌린 채 버틴 것으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큰딸은 작은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방 입구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갑작스레 번져 엄마가 구하러 가기엔 늦었을 것이라고 소방관들은 말했다.

불이 난 당시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조씨는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조씨는 이날 오후 9시 15분쯤 아내 홍씨와 통화했다고 한다. 당시 아내는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엄마가 화재 신고를 하기까지는 단 20분뿐이어서, 불이 급속하게 번졌던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세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북구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직원들이 화재원인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995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실내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아파트 베란다에는 화재가 났을 때 얇은 벽을 부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는데 당황한 홍씨가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량 칸막이'는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로 만들어져 발로 차는 등의 충격만 가해도 부술 수 있는 시설이다.

이웃들은 "이들 부부는 주말이면 밝은 표정으로 가족나들이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뜻밖의 참극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과 화재 원인을 정밀 감식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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