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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 잘 보내셨습니까? 서른살, 안녕하십니까?

[기타] | 발행시간: 2013.12.20일 07:17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취업·결혼시기 늦어져 '불안한 서른살' 많은데 사회적 기대수준 여전해 '부담']



스물아홉과 서른살을 주제로 한 소설과 시, 음반. 문화계에서 이 연령대는 개인에게 큰 변화가 찾아오는 특별한 시기로 다뤄진다. /사진=온라인 게시판

"스물아홉 가을, 나는 갓난아이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맞히는 엄마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와라! 서른살, 맞서 싸워주마. 절대 지지는 않을 테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평생의 꿈을 가로막는 건 시련이 아니라 안정인 것 같아."(에세이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하야마 아마리)

서른을 열흘 앞둔 스물아홉살. 나이가 이처럼 와 닿는 시기가 또 있을까. 20대의 불안과 이별하고 30대의 안정을 맞고 싶으면서도, 젊음이 떠나가는 게 서글픈 나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시련에도 세상은 '아홉수라 그렇다'고, '잔치는 끝났다'고 위로한다. 예비 서른살 1985년생 소띠, 안녕들 하십니까?

◇아홉수라 그래…?

역술적으로 '아홉수'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사주에서 9가 강한 금(金), 총칼을 의미해 '악수'로 보기도 하지만 반론도 많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 중앙회장은 "고구려의 한 마을에서 전염병으로 유독 19, 29, 39살들이 죽어나갔다는 소문이 잘못 전이된 것"이라며 "악재는 개인별 사주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나이 앞자리수가 바뀌는 29살은 올해 따라 연말을 맞는 심경이 복잡하다. 준비된 상태에서 서른을 맞고자 하는 계획은 종종 실패하고, 주변 기대감을 의식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직장인 전모씨(29·여)는 "내 29살은 핍박받고 험난했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돈도 없고 노력해도 인연은 안 나타나고, 연말이 될수록 조바심이 들었다"며 "한국에서는 여자 나이 30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나. 스스로 의식해서 부담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른을 앞둔 이들이 모두 우울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뭐 별 거 있냐"는 '쿨한' 반응부터 "인생은 서른부터"라는 기대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것이 있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문모씨(31)는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되기는커녕 되는 게 없는 나이"라고 서른살을 회고한다. 서모씨(29)는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아홉수를 크게 거론하지 않지만 서른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압박감이 커진 건 사실"이라며 "결혼과 돈, 직장에 대한 고민이 현실화되고 깊어진다"고 말했다.

◇2013년의 예비 서른살, 현실과 기대치의 간극

2013년 겨울, 예비 서른살의 사정은 과거 여느 때와 다르다. 대학 고학년 취업기에 금융위기 한파를 겪은 '88만원 세대'가 어느새 서른을 앞두고 있다. 취업과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서른살'은 더 이상 '안정'이나 '어른'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778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30대 지원자는 평균 35%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1세, 여성 29.4세로, 10년 전에 비해 남성은 2.3세, 여성은 2.4세 늦어졌다.

하지만 서른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수의 어른들은 결혼과 취업을 하지 않은 서른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지난 10일 사람인에 따르면 29.4%의 기업이 30대 신입사원 채용을 꺼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15~29세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의무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통과시켰다가 30대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에 부딪혀 의무고용대상 청년 나이를 34세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일부는 어른과 갈등을 겪다 독립의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황모씨(29·여)는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이 더 많고 사회적 위치를 봐도 결혼해서 내 가정을 꾸릴 여건은 안 되는데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늙었다'며 시집가 애 낳으라고 하시니 현실과의 괴리감을 피하기 위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른살'은 사회적 산물…일률적 기준 강요 말아야
한국은 나이에 예민한 사회다. 그 중에서도 '서른살'은 주요 타깃이다.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서구유럽에 나이 규범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이 유독 나이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며 "나이대별 마케팅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문화계는 이들을 '불안'과 '번민'의 아이콘으로 집요하게 호명하며 고(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로 대변되는 서른살 특유의 감수성을 확대재생산해왔다. 영화나 소설, 유행가에서 서른살은 흔히 인생의 전환기, 결단기로 묘사된다.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 젊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했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비층이 고령화되며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 '서른살' 타깃 도서가 부쩍 늘었다"며 "해당 나이대에 확실히 각인되는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른살이 문화·사회·생물학적으로 갖는 남다른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개인에게 나이에 맞춰진 과제를 일률적으로 강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건호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 변화로 서른살이란 기준은 어찌 보면 과거의 유물 같은 것"이라면서도 "정서적으로 서른살은 청소년기(25세) 이후 완전히 성인으로 정착하기 이전 단계로, 법적인 보호와 경제적 지원 없이 직업, 배우자 등 개인의 영역을 개척하고 정착해야 하는 새로운 스트레스와 과제수행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몇 살 때 뭘 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을 타인에게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문화가 강해 계획한 것들을 충분히 이루지 못한 경우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의지와 무관한 생물학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이듦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소연기자 soyu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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