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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발목 잡힌 tvN 드라마, '신선함'이 필요해

[기타] | 발행시간: 2014.09.27일 11:31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 지난 7월 열린 <잉여공주>의 제작발표회

ⓒ 이정민

첫 번째.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방송되던 <잉여 공주>가 조기종영하기로 확정되었다. 애초에 14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잉여공주>는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4부를 줄여 10부작으로 마무리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지난 16일 <아홉수 소년> 게시판에 이 작품이 대학연합 동아리의 <9번 출구>와 유사하다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이미 2013년 겨울부터 기획되었고, 2014년 1~2월에 최종 시놉시스가 완성되었기에 표절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9번 출구>의 이정주 작가는 <9번 출구>가 이미 2013년 9월부터 공연되었고 기획은 그 이전에 이미 이루어졌기에 <9번 출구>를 참조하지 않았다는 제작진의 의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 일요일 오후 9시 20분, 시즌제를 주창하며 100억 블록버스터 대작이라고 홍보했던 <삼총사>의 궤적이 미미하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모티브로 하여, 조선 인조 때 소현 세자와 그 주변인을 '삼총사'로 엮어, 무협 활극을 주창했던 <삼총사>는 일요일 오후 단 한 번의 방영이 무색하게도 느린 전개와 지지부진한 스토리로 작가의 전작 <나인>의 명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네 번째, 월요일 오후 방송되는 <마이 시크릿 호텔>은 '킬링 로맨스'라는 말을 내세워 추리극과 로맨스의 콜라보레이션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살인이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극 중 추리극의 묘미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 tvN <삼총사>의 한 장면

ⓒ CJ E&M

위의 네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현재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거나 애초에 내걸었던 취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심지어 조기 종영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젊은 시청자 중에는 tvN에 채널을 고정해놓고 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열성적인 독자를 모았던 tvN 드라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tvN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과 같은 연애 드라마를 통해서다. 이를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굳이 '연애' 드라마라고 지칭한 것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연애 과정을 미시적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예쁜 색지라도 한 겹 덧댄 듯한 뽀사시한 화면, 거기에 트렌디한 패션으로 등장한 남녀 주인공의 진솔한 연애 담론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정확히 조준했다. 그리고 이렇게 인기를 끈 연애 드라마들은 이제 KBS 2TV <연애의 발견>처럼 지상파 드라마에까지 진입하며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tvN을 전성기로 이끈 연애 드라마들이 오히려 최근에는 tvN 드라마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tvN의 연애 드라마처럼 젊은이들의 솔직한 연애 담론을 이야기하는 JTBC <마녀사냥>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엔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었던 남녀의 솔직한 연애 이야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은 경지에 이른다. 다른 배경, 다른 등장인물, 다른 스토리이지만 결국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소통하지 못해 오해하고, 사랑의 작대기가 어긋나 마음을 앓는 이야기다.

물론 병원에서 연애하고, 회사에서 연애하고, 심지어 법원에서 연애하는 대한민국 드라마의 현실에서 tvN 드라마라고 뭐 그리 다를 것이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부족하지만 tvN 드라마가 유독 연애 과정 그 자체에 흠씬 빠져 순정 만화에 등장하는 듯한 로맨스를 마구 분출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한두 작품일 때는 매력적이었는데, 이제는 여럿이 되면서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색다르지 않은 연애 이야기는 <잉여 공주>의 조기 종영을 낳았고, 결국 신선한 연애 이야기에 대한 수급 욕구는 표절 논란까지 부르게 된다.

▲ <마이 시크릿 호텔>의 공식 포스터

ⓒ CJ E&M

<마이 시크릿 호텔>은 남상효(유인나 분)를 중심으로 전 남편 구해영(진이한 분)과 호텔 이사 조성겸(남궁민 분)의 삼각관계에 치중한다. 헤어졌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상효와 구해영을 중심으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 날 구해영의 신부가 줄행랑을 치고, 남상효는 호텔을 위하는 책임감에 그 결혼을 대신한다.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세 사람의 오해와, 이를 해명하지 못해 벌어지는 또 다른 해프닝이다. 사람들은 호텔에서 연신 죽어나가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한다.

<삼총사>도 마찬가지다. 대작 블록버스터가 무색하게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소현 세자(이진욱 분)와 강빈(서현진 분), 박달향(정용화 분), 그리고 미령(유인영 분)의 엇갈린 사각 관계이다. 단순히 역사극에 멜로가 가미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삼총사>는 <정도전>의 걸출했던 연기자들을 캐스팅하고, 모처럼 돌아온 양동근까지 얻었지만 스토리는 주인공의 사각 관계를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조기 종영이 결정된 <잉여 공주>는 사람이 된 인어 공주의 사랑 찾기와 함께 잉여 하우스를 배경으로 88만 원 세대의 고군분투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역시 드라마는 지루한 삼각관계, 엇갈린 사각 관계로 채워진다. 잉여 하우스의 멤버들은 그럴듯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고군분투는 다가오지 않는다.

아예 대놓고 삼촌과 조카 둘의 사랑 찾기에 천착한 <아홉수 소년>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음악과 드라마의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한다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방점을 찍고 싶어하는 음악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OST가 과잉인 세상에서 <아홉수 소년>의 음악이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응답하라> 시리즈 OST의 영광을 되찾고 싶겠지만, 추억이 담기지 않는 이야기의 음악은 그저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 지난 8월 열린 <아홉수 소년>의 제작발표회

ⓒ 이정민

지금 방영되는 tvN 드라마의 면면을 보면 사극에, 추리극, 청춘물, 음악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여전히 트렌디한 연애 이야기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사랑 이야기에도 다양한 질감이 존재하건만, tvN 드라마 속 연애는 한결같이 낭만주의적 사랑주의보이다. 취향 저격은 훌륭했지만, 이제 그 취향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마비시킨다. tvN의 드라마가 좀 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을 넘어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예로 대표적인 것이 <갑동이>이다. <갑동이>는 영국 < K-드라마 위크 >에서 한국 장르물의 대표작으로 상영된다. 물론 방영 중에는 <갑동이> 역시 애매한 사랑의 작대기로 인한 방만함이 논란을 부르기도 했지만, 연쇄 살인마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뚝심 있게 그려낸 수작임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아홉수 소년>의 후속작으로 예정된, 윤태호 작가 원작의 <미생>이 기대된다. 부디 사무실에서 연애하기가 아니라, 진짜 '미생'의 삶을 그려내기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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