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많은 경쟁시스템은 1등에게 대부분이 돌아간다. 한마디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 것이다. 쉽게 검색을 해보라. 골프 대회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총상금의 절반은 1등의 몫이다. 1등이 절반을 가져가면 나머지 절반의 상금을 가지고 대략 10등 정도까지의 사람들이 나눠가진다. 1등 상금과 2등 상금이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은 흥행을 위해서다. 한마디로, 대회를 구경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퍼팅 하나로 누군가 1억 원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그런 상황이 더 스릴 넘치는 거다. 그런데, 만약 경쟁이 싫어서 또는 1등에게 너무 큰 것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1등과 2등의 상금을 공평하게 똑같이 주기로 한다면 경기는 재미없어질 거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상황은 유쾌하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주는 재미와 흥미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경쟁하지 않고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상황도 많다. 예를 들어, TV에 1시간 동안 아이돌 가수가 나와서 춤추며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방송시간 상 10명의 아이돌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많은 아이돌 가수 중에 누가 나와서 노래하면 좋을까? 당연히 가장 인기 있는, 한마디로 경쟁에서 앞서있는 1등부터 10등까지의 아이돌이 방송에 출연할 거다. 공평하게 가수협회에 등록이 되어있는 아이돌 가수들을 ‘가나다’순으로 출연하게 한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만족스러울 거다. 그것은 오히려 공평하지 못한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 경쟁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상황이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
꼴등을 위로하는 따뜻한 세상
사람들이 경쟁 시스템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1등이 대우 받아서 세상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꼴등을 무시하면 세상이 더러운 것이다. 따라서 1등을 없애는 것이 따뜻한 세상이 아니라, 꼴등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는 것이 따뜻한 세상이다. 누군가 부자가 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어렵고 소외 받고 있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부자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시스템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올바른 것이다. 우리는 더 따뜻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