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90분 내내 홀로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맨유 승리의 상징'이었던 그에게도 힘겨운 경기였다. 팀 전체가 사기를 잃은 탓이었다. 결국 안타까운 패배를 당하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로파 악연'은 그렇게 재현되고 말았다.
맨유는 15일 새벽(이하 한국 시각)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원정 경기서 빌바오에 1-2로 졌다. 이로써 2전 전패(골득실 3-5)를 당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지성은 이날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 풀타임을 소화했다. 측면에서 공격의 물꼬를 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적극적 압박으로 상대 공격진에 부담을 줬다.
하지만 박지성 외에 다른 맨유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의외로 거센 공세를 보인 빌바오에 당황한 듯 자꾸만 뒤로 물러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전반 23분 빌바오 간판 공격수 요렌테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0분 데 마르코스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뒤늦게 루니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뒤였다.
박지성으로선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나선 유로파리그에서 치욕적 기억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PSV 아인트호벤 시절부터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박지성에게 유로파리그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32강전부터 이날까지 모두 세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전패였다.
유로파리그 데뷔전이었던 32강 2차전 아약스전에선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팀은 1-2로 졌다. 다행히 1차전 승리 덕에 골 득실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했지만, 입단 후 처음으로 정식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던 경기에서 패했기에 뒷맛은 씁쓸했다.
빌바오와의 16강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차전 선발로 나와 61분을 소화했지만, 맨유는 요렌테-데 마르코스-무니아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절치부심 나선 이날 경기에서도 박지성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1-2로 지고 말았다.
박지성은 그동안 출전한 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해 '맨유 승리의 마스코트'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유로파리그에선 3전 전패라는 씁쓸한 기억을 남긴 채 돌아서야 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탈락 당시 "유로파리그는 맨유에게 징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 박지성에게도 유로파리그는 악연 그 자체로 남을 듯하다.
글=전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