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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는 복불복?' 같은 단지 한집은 '0원' 다른 집은 '폭탄'

[기타] | 발행시간: 2014.02.12일 09:17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열량계 조작 가능해 '복불복' 인식…공정성 담보할 정부 관리제도 마련해야]

#11년 전 서울 강변의 A아파트 42평형으로 이사해 들어간 김미영씨(가명·53·여)는 첫 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눈을 의심했다. 1인가구 난방비로 80만원이 부과된 것. 한동안 개인적 사유로 지방에 내려갔다 온 김씨는 2년 전 또 다시 거실 난방만 틀고도 30만원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김씨가 이웃주민 난방비를 수소문한 결과 다섯 식구가 사는 앞집은 3300원, 윗집은 1만원이 부과됐음을 확인했다. 김씨가 관리소장에 따져 물으니 "난방비 0원인 곳이 100가구 이상"이라고 털어놨다.

2년 넘게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결국 김씨 등 주민들은 지난해 서울시에 진정을 접수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말 감사에 나서 총 563가구인 A아파트의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의 동절기 총 27개월분 난방비를 조사한 결과 세대 난방량이 '0원'으로 측정된 건수가 300건으로 드러났다. 세대 난방량이 9만원 이하인 건수도 2398건으로 조사됐다.

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사람이 멀쩡히 살고 있는데 난방비가 0으로 나오는 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가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2월 말까지 적절히 해명하지 않으면 고발 등 후속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난방비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난방비 측정방식부터 계량기 결함, 관리소 문제까지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지만 '수상한 난방비'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묻기 어려워 주민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비양심적인 '난방 도둑질'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달 내내 돌려도 난방비 '0'원" vs "닷새 켰는데 8만원"

사진=온라인 게시판

공동주택 난방비를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각종 아파트 커뮤니티엔 "하루 종일 보일러를 40도로 켜놓은 집은 난방비가 0원이 나오고 우리 집은 5일 켰는데 8만원 나왔다"는 식의 불만 글이 가득하다.

또 "우리집 난방비가 0원 나왔는데 다음달엔 난방비 폭탄 맞는 게 아닐지 불안하다"는 호소형 글도 게시돼 있고 "난방비 0원 만드는 법"과 같은 출처 불명의 제보 글까지 쇄도한다.

아파트의 경우 개별난방보다는 중앙기계실에서 난방과 온수를 파이프를 통해 각 세대로 공급하는 '중앙난방'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전체 단지의 난방비는 각 세대가 쓴 난방량에 따라 배분되며 이는 난방 계량계로 측정된다.

유량계의 단가가 저렴해 주로 유량계가 쓰였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국토부는 2009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열량계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유량계는 난방수의 양만 계산해 난방비를 측정하는 데 반해 열량계는 난방수의 유량과 난방수가 세대에 들어올 때 온도와 집을 데운 후 나갈 때 온도 차를 측정하기 때문에 측정이 더욱 정확하다.

◇"배터리만 빼면…" 열량계 난방비 조작 가능

하지만 열량계는 '조작'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A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인 열량계의 맹점이라고 지적한다. 적산열량계 내부의 배터리가 닳거나 일부러 빼놓으면 작동을 하지 않아 난방을 쓰고도 난방비를 '0원'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지역난방공사로 납품하는 5개 업체의 디지털 계량기가 쉽게 조작 가능해 동탄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00여 세대가 동절기 난방비 0원이 발생했다고 폭로한 것.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2012년 7월 '중앙집중 난방방식 공동주택에 대한 난방계량기 등의 설치 기준'을 개정해 고시했다. 건설업체가 난방 계량기를 설치한 뒤 배터리 교환부위를 봉인하거나 봉인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고, 입주자가 봉인 스티커를 뜯어 조작한 것이 적발되면 할증 난방비를 부과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고시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다. 또한 이미 조작이 쉽게 가능한 열량계가 설치돼있는 경우 강제로 계량기를 교체하게 할 수 없다. 부정사용이 들통날 경우 할증액 산정도 입주자대표회의에 일임된다. 사실상 부정사용을 쉬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는 각 가구의 난방비 계량기가 세대 재산으로 간주돼 관리소장이나 주민대표 이외에는 검침이나 관리감독이 어렵다. 난방비는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공용재산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가구 내에 설치된 난방비 계량기.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두 손 놓은 정부…난방비 분배가 사적 자치?

공동주택에서 난방비는 '배분'의 문제다. 누군가 덜 부담하면 그만큼이 다른 사람 몫으로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난방비 측정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사적 재산의 분배문제에 개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관리과 관계자는 "측정 정확성을 높이려는 기술적 노력과 부정행위를 방지하려는 제도적 보완을 하고 있지만 아파트의 사적 자치에 정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해 계량기 고장 등으로 인해 난방요금이 현저히 낮게 나올 경우 최근 3개월 평균요금을 부과하라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관리주체는 계량기를 검침하고 배터리 유효기간 만료 전에 교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준칙'에 불과해 사실상 아파트의 세부적 사안의 결정 권한은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형편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계량기가 세대 재산으로 여겨져 난방비가 '0'으로 나와도 계량기를 강제로 교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계량기를 공용재산으로 관리하도록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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