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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팔고 싶다면 더 많이 담게 하라

[기타] | 발행시간: 2012.03.18일 05:03

쇼핑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백화점에 옷을 사러 들어가는 여성들은 평소보다 맥박이 더 뛴다고 한다. 함성이 울리는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남성 스포츠팬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흥분을 경험하는 것이다. 쇼핑은 노동과 여가만큼이나 현대인의 삶을 지속시키는 본질적인 요소다. 쇼핑을 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쇼핑 하면 대개 과소비, 쇼핑 중독, 사치, 낭비벽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연상한다.

쇼핑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소비 패턴이 바뀐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과거 재래시장에서 그날의 찬거리를 사고 꼭 필요한 물건 한두 개를 사던 시절에는 쇼핑 중독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당시에는 뭘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떼를 쓰는 아이는 매혹적인 상품으로 가득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커다란 카트를 밀고 다니는 요즘 부모의 자식들이다. ‘쇼핑은 과소비’라는 연상을 낳게 한 요인으로 대형 할인점과 저렴한 가격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바로 쇼핑카트다.

이제 쇼핑카트 이미지는 인터넷 쇼핑몰의 장바구니 아이콘이 될 정도로 보편적인 것이 됐다. 한국에 대형 할인점이 처음 들어선 것이 1993년 이마트였으니 그 이미지가 보편화된 것이 20년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서구에서 쇼핑카트가 등장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최초의 쇼핑카트가 발명된 것은 1937년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시에서 피글리 위글리(Piggly Wiggly)라는 수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던 실반 골드먼(Sylvan Goldman)은 고객들이 장바구니가 차면 상품 구매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여성들이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불편함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고민이 쇼핑카트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착되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했다.

골드먼이 쇼핑카트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접이식 의자다. 접이식 의자 위에 바구니를 놓고, 의자 다리에 바퀴를 단 모양이 최초의 쇼핑카트다. 그는 바구니를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위 아래로 달아 고객이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접이식 의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여 이 최초의 카트를 ‘폴딩 바스켓 캐리어(folding basket carriers)’라 이름 붙이고 1940년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이 편리한 도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자들은 그것이 유모차처럼 생겼다고 싫어했다. 남자들은 카트를 미는 것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골드먼은 이 카트가 쇼핑할 때 얼마나 편리한지 광고할 필요를 느꼈다. 광고에 한 손으로 지갑을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여성을 카툰 형식으로 그려넣었다. 이 여성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카툰 옆에 이런 문구를 달았다. “장바구니를 가지고 묘기를 부리는 건 우리 상점에서는 잊혀진 기술이다.”

여러 광고를 만들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자 그는 잘생긴 남녀를 고용해 상점에서 고객인 척 가장하고 카트를 밀고 다니게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 카트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고무된 골드먼은 아예 ‘폴딩 바스켓 캐리어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리고 수퍼마켓에서 얻은 수익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쇼핑카트의 두 번째 혁신은 1947년 일어났다. 올라 왓슨(Orla E. Watson)은 카트의 바구니를 앞쪽으로 갈수록 좁아지게 하고 바구니 뒷면은 힌지를 이용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이로써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카트와 카트를 서로 바짝 밀착시키고 사용할 때에는 떨어뜨릴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상점의 엄청난 공간 효율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카트의 관리를 쉽게 했다.

카트의 진화는 계속됐다. 골드먼은 작은 바구니 두 개짜리 카트 대신 커다란 바구니 하나짜리 카트를 개발했다. 물론 바구니 밑에도 상품을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 실제로는 용량이 두 배 이상이 되었다. 미국의 베이비붐이 일어났던 1950년대에 그는 여성들이 쇼핑하면서 이 커다란 바구니 안에 아이들을 넣어놓는 모습을 보고 아이 좌석을 만들었다. 쇼핑카트의 아이 좌석은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쇼핑의 법칙』에서 저자인 파코 언더힐은 “더 많은 상품을 팔려면 고객의 손을 자유롭게 하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매장에서 이것을 실현해 주는 것이 바로 카트의 아이 좌석이다. 아이를 매장에 데려온 부모는 이로써 아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쇼핑에 좀 더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진화는 고객들이 카트를 주차장까지 가져가 여기저기 방치함으로써 이를 수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자 보증금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 시스템으로 상점들은 이를 한 곳에 모으는 데 드는 인건비와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

1940년대에 골드먼이 발명한 쇼핑카트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재치 있는 광고나 모델의 활용도 있었지만, 당시 미국에서 더 근본적인 토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대중화된 자동차이고 또 하나는 대형화된 냉장고다. 대형 냉장고에 더 많은 식료품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이 많은 식품을 나를 수 있는 자동차가 있었기에 카트는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마트의 성장과 저렴해진 상품 가격, 상품의 뛰어난 패키지 디자인은 쇼핑카트를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자들조차 쇼핑카트를 미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산업의 변화로 탄생하고 진화해 온 쇼핑카트는 이제 매장을 변화시켰다. 카트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복도가 넓어졌다. 커다란 카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공간을 지나치게 점유하고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이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자, 대형 매장들은 거대한 면적의 단층 쇼핑 공간을 만들거나 카트를 나를 수 있는 평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이제 대형매장에서 쇼핑카트는 상품만큼 본질적인 요소가 되었다. 쇼핑카트가 없다면 누구도 쇼핑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미국 전역에서 사용되는 쇼핑카트는 350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수많은 현대인이 이 커다란 카트에 물건을 쓸어담으면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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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씨는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7년 동안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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