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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천당’ 의 유혹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4.25일 15:40
 (치치할) 전창국

  담 크게 ‘하늘’이라고 이름 지은 몽골족 가수 텅거얼(腾格尔,몽골말로는 하늘이란 뜻임)의 ‘천당’이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상념의 바다에 빠져 파도처럼 갈마드는 설렘을 도저히 진정할수 없다. 휘영청 밝은 달빛 따라 공연히 한없이 걷고싶던 그 젊은 시절도 이젠 먼 옛날이 되였건만 날이 갈수록 고향에 대한 연정이 새록새록 살아남은 그곳이 태를 묻고 태여났고 해빛 동년을 보낸 한없이 넓고넓은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몽골 초원의 매력인가 싶다.

  푸르고 푸른 하늘/ 맑고 맑은 호수/ 초록빛의 초원/ 여기는 내 집/질주하는 준마/새하얀 양무리/ 그리고 너/ 처녀/ 여기는 내 집/ 나는 너를 사랑해 내 집을/ 내 집/

  나의 천당…

  노래의 가사가 간결하고 소박하고 자연 그대로이기에 한폭의 그림으로 떠오르고 집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하며 정이 철철 넘치고 갈리는듯하면서도 애틋함을 물씬 풍기는 노래소리가 청중들을 감염시켜 끝없는 명상에 잠기게 한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뾰족뾰족 솟아나는 파란 새싹들이 록색의 서정을 토해준다.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이 살짝살짝 마음의 들창문을 밀어준다. 뭉게뭉게 피여나는 흰구름처럼 양떼들이 초원을 흐르며 대지에 여름의 초록을 잉태시킨다. 목동의 피리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어울린 초원의 풍미가 느껴진다.

  가없이 펼쳐진 저 벌판으로 몽골포가 길손을 맞는다. 준마의 말발굽소리 멎기 바쁘게 아낙네의 정이 우유차에 풀려 목구멍을 넘어간다. 석양을 이고 냇가에서 머리를 감는 양몰이 처녀의 가슴으로 마두금의 유연한 울림이 주인의 면면한 진정을 담아 사정없이 파고든다. 여기에는 음률도 초록이요 수줍음도 초록이다.

  끼룩끼룩, 기러기가 줄울 지어 남쪽으로 날아간다. 아쉬움에 푹 절은 기러기의 눈물처럼 노란 풀잎에 구술인양 방울방울 이슬이 맺힌다. 푸른 하늘 아래 흰구름처럼 서서히 뭉개는 양떼들의 울음소리도 정겹지만 갈기를 날리는 준마우에서 워러헉(套马杆의 몽골발음)을 두 손에 잡고 질주하는 말떼들을 휘몰아 달리는 말몰이군의 기마술 또 한 장관이여 혼자 감상하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문인들에게 수없이 도용당했던 ‘천고마비’가 여기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수확의 계절이기에 결실의 보람으로 빚은 ‘얼궈토우(二锅头酒)’가 주객의 호방함을 뽐내어 준다. 초원에서 한해에 단 한번인 만남의 기회인 나다무(那达幕)의 진정한 매력은 운동회라기보다 취하고 다 같이 즐김에있다.

  ‘결백’이란 눈에 덮인 초원에서만 그 진수를 감수할수 있다. 만물이 온통 은백색으로 덮혔다. 하늘도 희다. 몽골포에서 타오르는 연기도 희다. 소똥불에 솥의 물이 설설 끓으며 온 집안에 양고기의 구수한 냄새가 흐드러져 식객의 위장을 두드린다. 여기에서 조미료가 따로 필요없다. 맑은 물에 익힌 양고기를 그대로 칼로 베거나 손으로 찢어 소금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연이 키워준 가수 텅거얼은 준마처럼 요원한 초원을 질주하면서 작열하는 음률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구가한다. 낮으면서도 순수하고 온후하고 부드러운, 원생태에 가까운 좀 갈린듯한 음성이 내물처럼 유연히 흐르는 마두금 반주에 실려 풀잎에 맺힌 이슬을훑다가 다시 푸른 창공으로 뻗쳤다가 봄날의 감로수처럼 우리의 심령에 차분히 젖어든다.

  텅거얼은 초원의 아름다움을 노래에 담아 민족의 정기와 민속, 미풍을 온 세상에 자랑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는 푸른 하늘, 넓은 초원, 흰 양떼, 달리는 준마, 향긋한 우유차, 우유짜는 처녀에게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텅거얼의 ‘천당’은 자연과 인간 삶의 섭리를 민족의 독특한 음색과 음조에 담았다. 몽골인들은 생명을 준 초원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들에게서 초원은 천당이고 천당은 집이다.

  부모님께서 소중히 물려받은 나의 고향마을은 지금 페교가 되여 아이들의 랑랑한 글 읽는 소리 멎은지 오래고 풍요를 자랑하던 문전옥답엔 쑥대만 무성하다.

  꿈에도 달려가던 그리운 고향, 나의 ‘천당’은 어디에 있는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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