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잊지 못할 배우 박영규의 마지막이었다.
26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이 날이 갈수록 시청자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이인임으로 열연했던 박영규가 하차했다. 한 동안 시청자들 머릿 속에는 '이인임=박영규' 공식이 성립할 듯 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인임이 숙적 정도전(조재현 분) 앞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 중 그간 이인임은 정도전, 이성계, 최영(서인석 분)과 함께 드라마의 큰 축을 담당했다. 악역도 선인도 아닌, 정도전의 정치생명을 끊는 수구파의 태두이자 정치 9단의 캐릭터에 충실한 이인임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유배를 떠난 이인임은 "이 길이 아니다. 도성은 이 쪽이다"라고 말하며 피를 토했다. 이인임은 포졸들의 "고정하라"는 말에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라. 나는 도성으로 가야 사는 사람이다. 그 넓은 도당의 방석에 앉아만 있어도 이 병이야 씻은 듯이 낫는다. 어서 길을 바로 잡아라"고 말하며 반 실성한 모습으로도 권세가의 위세를 떨치려 했다.
그의 앞에는 정도전이 등장했다. 조재현은 "알려드릴 게 있어 왔다. 저승가는 길조차 마음 편안하면 안되지 않느냐"며 "당신의 시신이 한 줌의 흙이 되기 전에 새 왕조가 들어설 것이다. 저승에서라도 지켜봐라"고 말해 이인임을 비참하게 했다.
하지만 이인임은 조재현의 멱살을 잡고는 "자네는 아직 괴물이 아니다. 이상향을 꿈꾸는 순진한 선비"라며 "허나 이제 진짜 괴물이 되겠지. 정치에서 괴물은 과도한 이상과 권력이 합쳐질 때 탄생되는 것이다.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려 말기 수구파의 태두이자 정치 9단의 원조 이인임은 왕조가 바뀌며 퇴장했지만, 끝까지 정치가로서의 기세등등한 눈빛을 잃지 않으며 정도전 앞에서 꼿꼿하게 목숨을 잃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이인임이 죽어가면서 했던 대사는 잊기 어렵겠다"라며 그의 마지막 여운을 곱씹었다. 그간 사극 드라마에서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이인임이란 인물을 박영규를 통해 알게 됐다는 고마움을 내비친 반응들도 있다.
실제로 박영규는 이인임에 대해 "나부터도 잘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역사 공부가 소홀한데, 내가 이 역할을 잘 소화하면 국민 여러분이 역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임감이 생긴다"라며 "대본 자체를 가지고 새로운 캐릭터로 이인임에 접근해, 영혼을 집어 넣어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드라마에 임하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한 동안 '미달이 아빠'로 통했던 박영규가 연기 거장으로서의 저력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정도전'은 전국기준 18.2%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회 방송분(17.1%)보다 1.1%P 상승한 수치이자 지난 6일 세운 자체최고시청률과 동일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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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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