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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잠수사 구멍 난 안전관리… 또 다른 비극 불렀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5.06일 22:46
베테랑 50대 사망 충격

세월호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던 50대 민간잠수사가 사망했다. 잠수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잠수사가 투입되고 있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높은 파도와 거센 조류 때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닷속에서 악전고투를 하며 수색작업을 마친 해군해상구조대(SSU) 잠수사가 지난달 2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 정박한 언딘의 잠수작업 바지선에 오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6일 오전 6시7분쯤 사고 해역에 투입된 산업잠수사 이광욱(53)씨가 의식을 잃어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오전 7시36분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민간수난업체인 ‘언딘’에 임시 고용된 이씨는 전날 바지선에 도착한 뒤 세월호 5층 로비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언딘의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이날 오전 첫 투입됐다.

입수한 지 5분여 만에 수심 약 25m에서 바지선과의 통신이 두절됐고 다이버 2명이 투입돼 수심 약 22m부근에서 이씨를 끌어올렸다. 발견 당시 이씨의 잠수용 풀마스크(얼굴 전체를 덮는 방식)는 벗겨져 있었으며 납 벨트도 풀린 상태였다.

이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CT 촬영 결과 사망한 이씨의 뇌에 공기가 많이 차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뇌증(압력 차이로 인해 뇌에 공기가 들어가 뇌혈관이 막히는 증상)의 가능성도 있으나 사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현장조사를 하고 있으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견 당시 이씨의 풀마스크와 연결된 산소공급선이 엉켜 있는 상태여서 공기주입 장치나 호스 등 장비 이상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씨는 경력이 30년에 이르는 베테랑 잠수사다. 2000년대 초에는 안산화력발전소 수중공사에 투입되기도 했으며 청평댐, 화천댐 등 각종 댐공사 현장에서도 일해왔다. 최근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도 투입되기도 했다. 이씨의 부친 역시 UDT를 제대하고 수십년간 잠수에 종사하며 국내 잠수계의 대부로 불리는 고 이진호씨다. 2대째 잠수업에 종사한 이씨는 최근 잠수사의 피로 누적 등을 고려해 추가로 투입된 잠수사 중 한 명이었다.

이씨를 잘 안다는 한 다이버는 “스스로 몸의 이상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작업을 할 사람은 아니며 잠수에 뼈가 굵은 사람이 단순한 실수를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납 벨트를 풀고 상승을 시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위급 상황에서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구조·수색작업은 2인1개조가 원칙이지만 이씨는 이날 혼자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본부는 “수색에는 2인1개조가 투입되지만 가이드라인 설치에는 혼자 투입된다”면서도 위험이 따르는 가이드라인 설치를 왜 혼자 들어가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모든 실종자 구조·수색작업이 잠수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의 건강을 고려한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잠수사들의 감압은 꾸준히 지적돼온 부분이다. 잠수병을 예방하려면 천천히 수심 약 6m 부근에서 감압을 한 뒤 올라와야 하지만 정해진 가이드라인에서 정조시간에만 수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긴 다이버들은 감압을 하지 않고 올라온 뒤 감압 체임버를 이용해 제압을 하고 있다. 현재 16명의 잠수사가 잠수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또 하루 두 차례로 잠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잠수사들의 컨디션에 따라 잠수 순서가 바뀌면서 3회까지 투입되는 경우도 잦다. 이 밖에 바지선에 응급 조치를 위한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실제 이날 사고의 경우 바지선에 의료진이 없어 인근 청해진함에 있던 군의관이 건너와 이씨에게 응급조치를 하기도 했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은 “구조작업이 점점 수심이 깊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간 선박 내부나 환경 등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피로 누적으로 빠지고 새로운 잠수사들이 투입되고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이씨에 대해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민간인 잠수사 사망과 관련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신 잠수사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진도=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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