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은 꼭 받아야죠… '나 이정도야' 라는 사인이니까"
이동 취재팀을 몹시 놀라게 한 것 중 하나가 예비 신부와 시어머니들이 선망하는 예단·예물이 몇몇 특정 브랜드에 몰려있다는 점이었다. 그 물건이 정말 좋아서라기보다 '상류층이 좋아한다더라. 그러니 나도 갖고 싶다'는 심리가 두드러졌다.
"시집에서 서울 강남에 전세 아파트(106㎡·32평)를 얻어줬어요. 친정에서 시어머니 밍크 코트, 샤넬 가방, 현금 5000만원을 보냈어요. 시어머니들 취향은 매장 직원들이 더 잘 알아요. '이건 반품 들어온 적 없는 가방이에요' '저거 하신 분들은 반품 들어와요. 교환권 넣어 드릴게요' 이래요."(중견 기업 CEO 며느리 김은진·가명·35)
"전 아직 싱글이지만 결혼할 때 꼭 샤넬 백 받고 싶어요. 왜 꼭 그 가방이냐고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메고 들어갈 때 달라요. '나, 삶의 질이 이 정도인 사람이야' 하는 사인(sign)이라는 느낌."(회사원 강영희·가명·34)
"왜 '샤넬, 샤넬'하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남들 말을 하도 듣다 보니 결혼 날짜 다가올수록 시댁에서 샤넬 못 받으면 결혼 잘못하는 거 같았어요. 결국 남편 졸라서 시댁에서 받았어요."(대학원생 김미주·가명·26)
"형편이 안 돼서 샤넬인지 루이비통인지 저 자신은 한 번도 못 메봤어요. 시어머니가 하도 해달라고 해서 백화점에 갔다가 매장을 불태우고 싶었어요."(중견 기업 대리 김지수·가명·28)
"샤넬 백요? 그건 요즘 다 받으니까 됐고, 요즘은 (시댁에서) '모피 받았나, 못 받았나'로 예물 잘 받았나, 못 받았나 봐요. 예물 잘 받으면 시댁에서 귀하게 여긴다는 증거죠. 그걸 남들에게 '쇼업(show up·과시)'하고 싶은 거고."(중견 기업 전무 부인 박정현·가명·34)
"우리나라에 가장 부유한 사람부터 가장 가난한 사람까지 100명이 있다고 쳐요. 친정은 앞에서 서른 번째, 시댁은 맨 앞 다섯 번째쯤 돼요. 시댁 식구들은 '샤넬 백 정말 갖고 싶다'는 식으로 절대 말하지 않아요. 가질 수 있으니까. 가지고 있으니까. 특정 브랜드를 내놓고 갈망하는 사람은 진짜 부자가 아니라 거기 끼고 싶은 그다음 집단인 거죠."(중견 기업 오너 며느리 안희영·가명·36)
조선일보 | 김수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