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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결혼식은 과시하는 자리라 생각… 연봉 맞먹는 예식비 하루에 써

[기타] | 발행시간: 2012.03.19일 03:02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치러진 결혼식 모습. 강남의 예식장은 이미 가을 예식까지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3] 계속 오르는 예식 비용

동네 예식장도 "호텔급으로" - "비싸야 더 많이 찾는다"

호화스럽게 리모델링 한 뒤 예식비 1200만원 올린 곳도

3년새 가파르게 올라 - 전국 평균 결혼식 비용

2003년 1000만원대 첫 진입, 올해엔 1700만원 넘어서

"도저히 호텔에선 못하고 강남 예식장에서 했어요. '평소에 잘 꾸미고 다니더니 알고 보니 돈 없네!' 소리 듣기 싫었거든요. 3000만원 들었지만 와이프는 '머릿속에 그리던 꿈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다'며 울었어요. 결혼식 치르고 집(56㎡·17평·2억) 사느라 제 저축 다 털고도 아버지가 5000만원, 제가 5000만원 대출받았어요." (강영식·가명·32·백화점 직원)

"양가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 비용은 정말 아끼고 싶었어요. 하지만 강북 예식장도 1000만원 부르지 않는 곳이 없었어요. 어지간한 곳은 다 하객 식대가 1인당 3만원이 넘고, 홀 대여료·꽃값·사진 값·봉사료까지 붙으니 1500만원이 우습게 나갔어요. '결혼식 안 올리고 살고 싶다'고 절박하게 생각했어요." (조미정·가명·29·중소기업 경리)

취재팀이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전국 신혼부부 310쌍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가장 가파르게 오른 게 결혼식 비용이었다. 2003년 1000만원대에 진입한 뒤 줄곧 1100만~1200만원대를 맴돌다 올해 조사에서 1722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인 만큼, 서울은 더 비쌌다. 취재팀이 서울 특1급 호텔 21곳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하객 500명 기준으로 최소 6600만원이 들었다. 중산층이 선망하는 강남 주요 예식장 14곳을 돌아보니 최소 2500만원이었다. 비강남권 주요 예식장 16곳도 하객 500명 기준으로 1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한 마디로 싼 데가 없었다.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고 만혼(晩婚)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전국 예식장 숫자는 2000년 1375개에서 2009년 1002개로 크게 줄었다. 10년 새 예식장 서너곳 중 한 곳이 문 닫은 셈이다(27% 감소·통계청).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전략이 '고급화'였다. "호텔 뺨치게 잘해주겠다"면서 대폭 값을 올린 것이다. 게다가 인상폭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취재팀 르포 결과, 2009년 이후 서울 시내 예식장 31곳이 이름을 바꾸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식대는 평균 23.3%, 꽃값은 평균 109.5%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의 경우 2008년 남서울예식장이 수아비스가 되면서 800만원 넘게 올렸다.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웨딩홀은 2009년 아베뉴웨딩홀이 되면서 600만원 이상 올렸다. 비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영등포구 중소기업회관웨딩홀은 2009년 샤이닝스톤 간판을 달며 1200만원 넘게 올렸다. 2010년에는 중랑웨딩문화원이 J웨딩으로 개명하며 300만원 올리고 동작구 대방웨딩홀이 씨어터웨딩라무르로 바꾸며 200만원 올렸다.

2009년 개명하며 두 배 이상 값을 올린 A 예식장 관계자는 "신부들이 예전 이름과 인테리어가 촌스럽다고 생각해 예식장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호텔급 서비스'를 내세우는B 예식장 관계자는 "결혼시장에선 손님들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저렴한 상품을 기피한다"면서 "정말 저렴하게 하고 싶은 분은 그런 곳으로 가시면 된다"고 했다.

서울대 인류학과 강정원 교수는 "예전과 달리 부(富)를 과시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류층 사이에서 과시를 삼가는 풍토가 사라졌다. 계층을 막론하고 '부자=유능, 빈자=무능'의 가치관이 널리 퍼졌다. 여기에 '결혼은 개인이 아닌 집안의 결합'이라는 결혼관까지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상류층은 스스럼없이 부를 자랑하고, 그 아래 계층은 무리해서 따라가고, 업체들은 앞다퉈 값을 올리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취재팀이 만난 젊은이들은 "비싸다"고 불평할 뿐 "나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작년 5월 강남 예식장에서 결혼한 서영미(가명·27·여행사 직원)씨는 신랑·신부 저축이 없어 양가 부모가 저축과 대출로 전셋집(56㎡·17평·1억8000만원)과 결혼식 비용(5000만원)을 해결했다. 신랑 연봉(3000만원)과 신부 연봉(2700만원) 합친 것과 비슷한 액수가 하루에 나갔다. 하지만 서씨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부모의 고통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부담스러워 해서 호텔에서 못한게 아쉬워요. 결혼식은 인생의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행산데, 그걸 사람들에게 제대로 못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

[김효정 기자 soboru@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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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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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보다는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저도 얼마전까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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