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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영란法은 연좌제법?…김영란씨에게 직접 물으니

[기타] | 발행시간: 2014.05.29일 14:13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의 법률적인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금품을 받기는 했지만,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 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하는 현행 법체계의 맹점 때문입니다. 부도덕한 일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발의된 법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법입니다. 법을 발의한 기관장이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딴 '김영란 法'이 더 친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관피아 척결의 구원투수 '김영란 法'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적 분노는 '관피아' 척결로 쏠렸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금품을 건네며 부정한 청탁을 건네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부터 국회에 계류돼 잇는 김영란 법이 국회에서 중심 법안으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부정청탁이 금지되고, 공직자의 금품 수수가 원천적으로 금지됩니다. 직무 관련자가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족 등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그 일을 맡아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법입니다. 평소에 금품으로 '기름칠'을 해가며 관리감독 기관과 유착할 근원을 잘라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욕만 앞선 김영란 법 통과 약속

5월 국회에서 여야는 김영란 법통과를 앞 다퉈서 약속했지만, 논의만 진행하다가 결론은 하반기 국회로 미뤄버렸습니다. 의욕이 앞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할 때 김영란 법 처리를 강조했고, 여야는 당장 오늘이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것처럼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성과 없이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다음 달이면 상임위가 다시 구성되기 때문에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바뀌고, 진도를 다시 처음부터 나가야 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참회한다"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기자회견, 내용 들어보니…

어제 오전 국회 정무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했습니다. '김영란 法'을 논의하다가 결국 마무리하지 못했던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이었던 만큼 기자들의 관심이 컸지만, 공지가 불과 10분 전쯤 됐기 때문에 참석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참회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서 참회한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법안에 문제가 많은 걸 잘 모르고 심의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알기는 알았는데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겁니다. 세월호 이후 국민감정이 격앙돼 있는 상황에서 주저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더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고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관련 기사에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리는 걸 보고 덜컥 겁이 났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알았지만, 야당하고 기 싸움을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누가 더 개혁적으로 보이는지 겨루기 위해 지도부에도 이제 와서 물러나면 다 죽는다고 보고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김영란 法은 연좌제 法"…"논리의 함정에 빠졌다"

김 의원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연좌제 가능성이었습니다. 연좌제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무시무시한 말입니다. 왕조 시대의 처형부터, 남북 분단의 아픔으로 인한 차별까지 뼛속까지 불합리함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취업에서부터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행위까지 제한을 받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나랏돈으로 사실상 운영되는 공공 기관의 말단 직원도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자주 연락하지도 않는 시아주버님도 민법상 가족이라는 이유로 금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가족이 받은 금품이 10만원이면 공직자는 5배인 50만원을 과태료로 내야하고, 100만 원 넘으면 해당 공직자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해가 충돌하는 가족의 일도 처리할 수 없습니다. 김 의원은 이건 너무 과하지 않냐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언론사 부분도 문제였습니다. 법에 규정돼 있는 KBS와 EBS를 넣다보니 공영방송이라는 MBC를 안 넣을 수가 없더랍니다. KBS 말단 직원을 김영란 법으로 처벌하는데, MBC 보도국장을 빼는 거는 논리적으로 수긍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MBC를 넣어보니 비슷한 언론 기능을 하는 SBS도 결국 넣었습니다. 공민영의 구분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다 신문사들을 넣고, 급기야 인터넷 매체까지 포함시켰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언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관을 다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규제를 직접 받는 공직자 개념은 186만 명으로 늘어났고 가족들까지 합하면 최대 1786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국민 상당수가 적용받는 법이 돼 버렸습니다. 김 의원은 법 논의 과정에서 "논리의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했습니다.

"고위 공직자와 일반 공직자를 나눠서 규율하자"

김 의원의 대안은 고위 공직자와 일반 공직자를 나눠서 규율하자는 거였습니다. 고위 공직자는 가족들의 불편을 감수하자는 거였고, 일반 공직자는 법 적용에서 예외로 두자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빠져나가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국회의원은 고위 공직자라고 못 박아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 법안을 만들어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꼭 취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법은 공직자들의 삶을 바꾸자는 의지의 표현이지, 현실로 구현하는 거는 어렵다는 걸 김 전 위원장도 알고 있을 거라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연좌제’에 말문 터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 의원의 기자회견 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법관에 국민권익위원장까지 지냈지만,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싶지도 않았을지 모릅니다. 김 전 위원장도 권익위가 있는데 자신이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한사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연좌제 부분에서 말문이 터졌습니다. 황당함과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가족을 넣으면 연좌제 아니냐고 그랬다는데. 공직자가 예컨대 5만 원 이상의 선물을 못 받는다고 했는데, 공직자에게는 못주고 집에다 전달하면 되는 건가요? 공직자가 못 받는 선물 세트를 가족이 받았는데 그걸 규제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공직선거법에도 가족을 다 규제하고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연좌제라고 하면 제가 뭐라고 합니까?

가족의 범위를 동거하는 사람 등으로 한정하면 될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가족인데 남편한테 전달을 안 하고 집에 있는 어머니한테 전달했다 그러면 동거하는 가족이니까 그건 남편이 받은 거나 진배없잖아요. 자기 하고 전혀 무관한데 자기 동생하고 이권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 멀리 어디 제주도까지 내려와서 동생한테 선물을 주면 그 당연히 반환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걸 왜 받죠?

“대상을 엄청 확대해놓고 국회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

김영란 법이 국회에서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 국회가 자가당착에 빠진 거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국회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얘기하다가 KBS, EBS에서 전 언론사로 대상을 엄청 확대해놓고 자기들이 자가당착이 된 거예요. 그렇게 하려니까 너무 범위가 커지니까..- (질문) 언론사 전체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거는 지나치죠.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고, KBS, EBS는 법률에 해당되니까 넣은 거죠. 언론사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든지 정부하고 연관성이 나와야지, 민영 언론까지 어떻게 다 집어넣어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김영란 법에 보완점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직무 관련자가 사촌이면 그 업무에서 다 배제하는 식으로 하니까 너무 포괄적으로 보일 수가 있겠더라고요. 직무 자체를 조금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한정하는 것을 좀 명백하게 하고 총리나 장관같이 포괄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할 건지 그 부분만 보완하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란 법은 공직 사회의 윤리 강령“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 법'을 코드 컨덕터(code conductor)라고 표현했습니다. 일종의 윤리 강령이라는 겁니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까지 유예 기간을 1년을 잡아놨고, 처벌은 시행되고도 1년 뒤라고 덧붙였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직사회의 체질적인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영란 법을 무산시키기 위해 최대한 법 적용 대상을 늘려 일부러 거부감을 키운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 논의 과정도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법 내용을 제대로 심의조차 안 해보고 내용도 모르면서 서로 기싸움을 벌이듯 외연을 확대했고, 이 법만 통과되면 공직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환상을 불러일으킨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반기 구성되는 국회에서는 좀 더 면밀하고 실질적인 김영란 법 심사가 진행되길 기대해봅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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