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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재발견(6) 우리말은 통일될 수 있을까?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6.04일 11:53

전세계의 주요 나라 중에서 사회구성원 평균적으로 가장 외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모국어인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극히 적다는 뜻이다(웨일스어, 켈트어 같은 토속어 빼고). 인적자원의 외국어 구사능력 경쟁력에 위기감을 느낀 영국 정부가 다양한 육성 플랜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는데 아직도 사회 전반적인 호응도는 낮다는 풍문이다. 각 개인들은 별로 답답하지 않을 것이니…….

그와는 달리 우리네가 영어를 비롯한 주요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투자하는 노력은 굳이 이 지면을 통해 더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천문학적인 교육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가르치기와 배우기에 달라붙어 치러내는 사람들이 감당하는 시간과 공력을 감안하면 소름 돋을 정도이다.

과잉으로 치닫는 외국어 교육 현실을 보다 못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말 없이 중세시대에는 대략 국제어라 할 수 있었던 중국어를, 현대에는 온전히 국제어인 영어를 통째로 그냥 모국어로 쓰면 되지 않나? 에휴∼” 오죽 답답했으면 말도 되지 않는 그런 말을 했으랴. ‘나랏 말쌈이 듕귁(지금은 미귁?)에 달아……’ 훈민정음 서문에 잘 나타나 있듯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과 우리네의 말 자체가 전혀 다르니 그리 될 리도 없었겠지만, 어찌어찌 정말로 그리 되었다면 아마 말과 글을 잃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쯤 아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 지금의 한글은 1443년 창제, 1446년 반포된 ‘훈민정음’에서 비롯되었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4~5,000개 정도의 언어 중 유일하게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가 고증 가능한 문서상으로 확인된 문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문자, 즉 글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말의 연원을 캐 내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말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우리말의 형성과정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은 삼국통일로, 통일 이후 백제어와 고구려어는 점차 신라어화했고 신라어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의 언어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그러다 10세기 초 고려의 건국으로 개경 방언을 중심으로 한 중앙어가 성립되었는데, 그 근간이 신라어였기에 고구려어의 요소는 신라어로 교체되며 서서히 소멸했고, 또 그후 조선시대의 조선어를 거쳐 지금의 한국어로 계승되었다는 것이다.

신라어는 대관절 백제어, 그리고 고구려어와 얼마나 달랐을까? 훗날 태종 무열왕이 되어 삼국통일을 이끈 김춘추는 백제의 태자나 고구려의 대막리지 연개소문과 나라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외교 담판을 벌일 때 통역 대동이 필요했을까? 필요 없었을까? 필요했지만 스스로 해결했을까?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무척이나 궁금하다. 원시 한어(韓語)에서 신라어와 백제어가 갈라지고, 원시 부여어에서 고구려어와 원시 일본어가 분리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신라어와 백제어는 매우 비슷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고대국가 성립과정에서 백제의 지배족은 고구려어와 같은 부여계의 한어(韓語), 피지배족은 마한(馬韓)계의 언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신라와 백제의 지배계급 사이에서는 아마 의사소통이 그다지 원활하지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삼국이 통일에 이르기 전 각각 죽자사자 싸웠던 이면에는 정치적 생존문제 외에 분명 어느 정도는 소통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천년 세월을 두고 형성되었던 통일 한국어는 한국전쟁 이후 다시 한국어와 북한에서 사용하는 조선어로 나뉘어진 채 말과 글 공히 정치에서 그러하듯 각자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물론 신라어와 고구려어만큼의 차이는 아닐지라도 언어란 게 해당 사회의 모든 면을 담고 있으니만큼 두 언어는 60년 세월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정도로 이미 많이 달라져버렸다. 같은 문자이긴 하되 어휘와 표현방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남북의 언어학자들이 여러 번 통합과 함께 표준화작업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뿐 아니다. 중국 조선족들이 쓰는 조선어는 그러잖아도 중국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또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던 터에 개방 이후 한국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통에 특히 말의 경우 연령별로 지역별로 개인별로 매우 복잡다단한 분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껏 만난 조선족들 개개인의 우리말 언어생활과 언어문화는 천차만별이었다. 한족학교 출신으로 아예 우리말과 글을 모르는 사람에서부터 ‘물 반 고기 반’격 중국어와 우리말의 짬뽕 구사자를 거쳐 우리말 소통에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어휘와 억양에서 개인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였었다. 느낌에 따라 대충 분류해도 십 여 가지는 훌쩍 넘어설 듯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대학생들로부터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한국어와 중국 조선족의 조선어가 어떻게 다르냐고……. 그럴 때마다 내 답변은 한결 같았다. 한국어 중 다소 심한 지역방언의 하나로 보면 된다고. 나로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 하면 이곳의 우리말이 이대로 방치된 채 서로간에 별다른 교류 없이 또 한참 세월이 흐르면 마치 독일어는 독일어로되 독일사람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스위스식 독일어, 또는 프랑스사람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스위스식 프랑스어로 탄생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작금의 한중간 활발한 교류가 적어도 중국 조선족들의 조선어에 관한 한 그것이 기우(杞憂)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갖게 한다.

그나저나 앞으로 한국어의 재통일(再統一) 시대는 정녕 다시 오지 않을 것인가? (pjt00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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