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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과 '질끈'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6.26일 08:45
작성자: 박정근

  1. 지난 6월 8일자 '인민일보'는 버스에서 불의에 맞서 싸우다가 중상을 입어 대학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의 사진을 1면 헤드라인으로 실었다. 강서성 이춘시의 수험생 류염병군은 지난달 31일 버스안에서 승객을 향해 무차별로 칼을 휘두르는 괴한과 마주쳤다. 그는 머리와 어깨을 칼에 찔렸지만 용감하게 괴한과 싸워 흉기를 빼앗고 바닥에 쓰러뜨렸다. 교육부에서는 류군이 회복되는데로 단독시험을 치르게 해줄 방침이고 일부 대학은 이미 그를 특별전형으로 뽑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 공자는 '론어' 위정편 제24장에서 “견의불위면 무용야(见义不为,无勇也)”라고 일컬었다. 말하자면 불의를 보고도 가만있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는 뜻이다. 그만큼 용감히 나서서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은 중화민족의 전통적 미덕이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거나 불의를 그냥 지나치는 공민의식이 은근히 확산되여가고있다. 벌건 대낮에 공공연히 남의 지갑을 훔치는 소매치기를 보고도 못 본체하는 것을 '령리한 처사'쯤으로 여기고 '쓸데없는 일에 끼여들었다가 공연히 봉변당하지 말라'고 자식을 가르치는 등 심각한 수위에 와 있다. 지어 일부 집법일군들마저도 '도적을 발견했을 때 정면충돌을 피하는 것'이 요즘 통념이라고 어불성설을 서슴지 않는다.

  3. 우리 사회에 '방관자의 효과'가 파급된데는 물론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격변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시장화의 질주와 더불어 금전만능의식이 팽배해지고 핵가족화로 인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정보전달수단이 발전하면서 일부 극단적인 사례들이 신속히 확산되는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다. 하여 생명존중과 자아보호의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대신 사회의 정의와 전통미덕을 홀시한다. 그외 시대의 발전에 조화되지 못하는 제도적원인도 간과할수 없다. 이를테면 관련 부문에서 '정의로운 행위'를 인정한 후에야만 비로소 의료보험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불의를 보고 용감히 몸을 던진 사람이 오히려 불리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4. 물론 불의에 맞서 싸우자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거리의 불법, 타인의위험을 보고도 팔짱을 끼고 바라보기만 한다면 이 사회에는 범죄가 범람할 것이다. 불의앞에서 누구나 선뜻 나선다면 약자도 폭도의 기세를 제압할 수 있고 거기에 시민들이 합류한다면 그 얼마나 극악한 범죄자든지 거리바닥에 나선 쥐 신세로 몰릴 것이다. 그렇다고 꼭 피를 흘리며 싸워야만 정의로운 행위인 것은 아니다. 불의를 보았을 때 휴대전화로 현장을 찍거나 사건을 제보하고 서슴없이 증인으로 나서서 증언을 하거나 범죄용의자의 인상착의, 도망간 방향, 차번호를 제공해주는 것 등 사회의 정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5.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은 매개 공민의 사회적 의무이고 조화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비리를 보고도 눈을 감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사회라는 이 공동체에서 공민들이 저마다 서로 돕고 선을 행할 때야만 조화롭고 정의가 넘치는 안정된 사회가 펼쳐질 수 있다. 공민들 일상의 작은 정의감이 미래를 바꾼다. 유럽 14개 나라와 미국 30여개 주에서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중국식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대표들의 제안이 제출된바 있다. 취지는 좋지만 법까지 동원해 선행을 강행해야 할만큼 각박해진 세태가 안스럽다.

  6.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섯개 '끈'이 있다고 한다. '매끈, 불끈, 화끈, 질끈, 따끈'이 그것이다. 그중 '불끈'과 '질끈'은 그야말로 깊은 사색을 불러오는 '끈'이다. '불끈'은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는,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는 의미이고 '질끈'은 '눈을 질끈 감다'에서 보듯이 남의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체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과연 나는 불의앞에서 '불끈'했다가 자칫 불리익을 당할가봐 '질끈'한적이 없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사색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불의를 보고도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질끈'할 때 용감하게 '불끈' 나설'수 있는 사람, 오직 나밖에 모르는 세태에 이같은 의인(义人)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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