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 ‘옷 팔 마음 없는 쇼핑몰.’ 3월 하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진 사진 글이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겠지만, 옆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한눈에 이해가 갈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 게시글에 ‘혐오’ 또는 ‘약혐’ 즉 ‘조금 혐오스럽다’는 경고 팻말을 붙여 유통시키고 있다. 비슷한 콘셉트의 엽기 쇼핑몰들이 주기적으로 화제를 모으긴 하는데,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심한 게 아닌가라는 게 누리꾼 반응이다.
그런데 캡처 이미지를 보면 ‘대여가격 얼마’라고 되어 있다. 파는 옷이 아니라 대여하는 옷? 조금 야릇한 상상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저 쇼핑몰은 성적 페티시, 복장도착자들 전용 사이트란 말? 이제 한국도 이웃 일본처럼 ‘성(性)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건가.
사진에 나온 몇몇 단서로 해당 쇼핑몰을 추적했다. 찾아냈다. 쇼핑몰 대표의 휴대폰 번호도 어렵지 않게 입수할 수 있었다.
“네? 뭐, 무엇을 팔 마음이 없다고요?” 쇼핑몰 최우정 대표(35·여)의 첫 마디다. 저 게시물이 퍼지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 다시 말해 노이즈 마케팅은 아니었다. 실제 대여가 되는 옷일까. “글쎄, 지금은 철이 아니라서 안 되는데, 하루에 열몇 건씩도 나가는 옷들이에요.” 쇼핑몰에 모델이 입었던 옷들은 ‘여장남자, 코믹, 엽기’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었다. 잘 나가는 철은 4월쯤 체육대회 할 때와 연말 장기자랑 할 때다. 모델이 소화한 옷 중에서는 ‘반짝이 원피스’가 제일 잘 나간다.
이용자들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보통 회사 같은 데서 와서 행사용으로 대여해가요. 대부분 명함을 놓고 가시는데, 어떤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최 대표가 내놓은 설명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대여해가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쇼핑몰을 보면 ‘국내 최대의 방송국 전속업체’라는 선전문구가 붙어 있다. 회사 소개를 보면 그동안 납품한 방송 프로그램 이름이 쭉 올라 있다. 영화 마빡이, 복면달호 의상,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MBC 황금어장 등등. 2005년부터 ‘렌탈업’을 시작했다고 하니, 인터넷 쇼핑몰로서는 꽤 연륜이 쌓인 편이다.
쇼핑몰 이름은 한복연구가인 어머니가 지었다. “아, 어머니께서는 렌탈사업을 하진 않았고, 주로 한복 제작 납품일을 하셨어요.” 매출규모는 비밀이지만 그럭저럭 빚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최 대표의 말. 렌탈업은 최 대표의 사업 아이템이다. 렌탈을 주로 하지만 중고로 판매도 한다고 하니 ‘옷 팔 마음이 없는 쇼핑몰’이라는 누리꾼 촌평은 틀린 셈이다.
어쨌든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던 사진 속 모델은 도대체 누구인가. 실제 쇼핑몰에 올라온 대여상품들을 보면 ‘여장남자, 코믹, 엽기’ 코너에 올라온 옷들 중에서도 저 ‘남성모델’을 기용한 경우만 유난히 튀었다. 최 대표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는 동생인데요.”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