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무인자동차의 자율 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을까. 수동 조작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일까. 많은 궁금증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히 드러난 사실은 많지 않다. 미국 내 일부 주에서 면허를 발급받았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IEEE 스펙트럼이 최근 입수한 구글 무인자동차의 운행 테스트 문서 등 자료를 보면, 구글 무인자동차는 아직 돌발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자의 도움 없이 작동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결론이다. 2012년 네바다주 운행 테스트에 적용된 기술 수준에서다.
구글은 2012년 5월 1일 라스 베이거스에서 네바다주 차량 관리국 관계자 감시 하에 처음으로 공식 운행 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프리우스를 개조한 구글 무인자동차에는 크리스 엄슨 구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 총 책임자, 앤서니 라반도프스키 구글 엔지니어 등 2명의 구글 쪽 담당자와 브루스 브레슬로우, 낸시 워즈시크 등 2명의 네바다주 차량관리국 담당자가 함께 탑승했다. 만일을 대비해 크리스 엄슨이 운전석에, 앤서니 라반도프스키가 조수석에 앉았다.
주행 테스트 코스는 총 22km로 주 당국이 아닌 구글이 직접 지정했다. IEEE 스펙트럼은 9월10일 “구글이 테스트 주행 루트를 비롯해 도로의 조건, 날씨 상황 등을 선택한 사실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고 보도했다. 네바다주 차량관리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작동했다. 보행자를 감지해 즉시 멈춰섰고 고속도로로 진입해서는 제한속도까지 부드럽게 운행했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하자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도로를 달리면서 가로지르는 보행자를 예측해 정지하거나, 차량 앞에서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만나 뒤로 물러서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도로 내 공사 중인 상황이 펼쳐지자 구글 무인자동차는 수동 모드로 전환돼 엄슨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결국 브레이크를 작동해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이렇게 수동 모드로 전환된 경우는 22km 운행 구간 중 2차례가 발생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워즈시크 주 차량 면허 담당자는 “일부 조건에서는 운전자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문서에 기록했다.
주행 테스트 코스, 주 당국 아닌 구글이 직접 지정
IEEE 스펙트럼이 공개한 구글 무인자동차의 자율주행 테스트 결과 문서.(출처 : IEEE 스펙트럼)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행 구간을 구글이 직접 지정하면서 다양한 날씨 상황이나 로터리(Roundabouts), 기찻길 교차로, 스쿨존, 비포장도로 등에서는 테스트를 진행하지도 못했다. 구글은 당시 문서에서 “많은 운전자들도 이러한 도로를 처음 만나게 되면 적절한 규칙을 알기 어려운 특별한 도전 요소”라며 운행 구간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구글도 자율 주행 기술의 한계를 인정했다. 구글은 테스트를 진행하기 전 “비나 눈, 빙판길이나 안개, 강한 바람 등이 발생하면 이를 예측해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눈이나 빙판길, 자욱한 안개가 낀 상황에서는 무인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네바다주에 전달했다.
네바다주 운행 테스트를 통과한 구글 무인자동차는 2012년 5월4일 면허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면허 기간은 2013년 5월 만료됐고 아직까지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IEEE 스펙트럼은 전했다.
구글은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운행 면허를 발급받기 위해 운행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이르면 9월16일부터 정식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캘리포니아주가 공공 도로에서 차량을 즉각 물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법안을 내놓으면서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규 기자 dangun76@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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