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생체인식연구센터
피부外 물체 재질도 식별
[동아일보]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영화를 보면 보안시설에 설치된 지문인식기를 통과하기 위해 타인의 지문을 고무에 복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얼마 전 지문을 인쇄한 종이를 기존의 지문인식기 센서 위에 올려놓자 ‘인증 확인’이 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종이 지문만 있어도 기존에 설치돼 있는 접촉식 지문인식기는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세대 생체인식연구센터 김재희 교수팀은 이런 단점을 개선해 손가락을 센서에 접촉하지 않고도 지문을 인식하고 가짜 지문까지도 판별하는 신개념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를 개발했다.
기존의 접촉식 지문 인식기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을 지문 인식 평면에 대고 누르기 때문에 지문에 변형이 생긴다. 또 누르는 힘의 방향과 닿는 면적에 따라 인식률이 달라지고, 여러 사람이 같은 곳을 만지기 때문에 세균 감염의 위험도 높다.
현재 사용되는 지문인식기는 적외선으로 지문의 모양만 판독하기 때문에 지문이 끊어지거나 갈라지는 특징점 7, 8개만 일치하면 ‘진짜 지문’으로 인식한다.
김 교수팀이 9년간의 연구 끝에 빨강, 노랑, 초록 세 개의 가시광선으로 물체를 찍었을 때 나타나는 이미지의 밝기를 비교해 물체의 재질을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가시광선으로 필름과 실리콘, 고무를 찍으면 살가죽보다 더 밝게 나오는 현상을 이용했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는 센서 입구에 손을 고정시키면 인식기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와 두 개의 거울이 손바닥의 모든 면을 촬영한다. 김 교수는 “이 영상을 조합하면 넓은 면적의 지문 영상을 변형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에 개발한 지문 인식기의 인식률은 97% 이상으로 기존의 것보다 2∼3% 높은 편”이라며 “현재 중소기업에 기술 이전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