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황미현 기자] 김혜자 모자를 써도 이효리는 이효리였다. 연예계 정상에서 군림했던 이효리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제주도에서 콩을 심고 밭일을 해도, 천생 연예인의 끼는 어쩔 수 없었다.
이효리는 지난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을 통해 제주도 집은 물론 이상순과 알콩달콩 밭일을 하며 지내는 일상을 공개했다. 유재석과 정형돈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섭외를 부탁하기 위해 무작정 이효리의 집으로 향한 것은 이날 방송의 신의 한 수로 자리잡았다.
이효리는 유재석과 정형돈의 급방문에도 따뜻하게 이들을 맞았다. 과거 독설을 하며 오빠들의 기를 꺾던 이효리는 더이상 없었다. 배고픈 오빠들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예쁜 말투로 탈바꿈한 '상순 바라기'의 모습만 남았을 뿐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유재석과 정형돈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볼거리였다.
무대 위 섹시하고 화려한 모습을 봤던 시청자들은 이효리의 이러한 요조숙녀같은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제주도에 정착 후, TV 속 모습과는 상반된 수수한 삶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효리는 이날 방송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는 유재석을 걱정하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밥도 먹지 않고 다니냐"고 말했다. 이는 이효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에 정착한 이유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인 듯 했다.
그러나 이효리 안에는 천생 연예인의 피가 들끓었다. 그는 이날 방송 말미 억지로 끌려가듯 노래방 기계 앞에 섰고, 이내 광란의 무대를 펼쳤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따뜻하고 푸근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핑클의 곡을 부르며 화려한 이효리로 돌아왔다.
큰 웃음은 여기서부터 터졌다. 김혜자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후줄근한 의상을 입은 이효리가 유재석을 붙잡고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콩 베기 싫어. 나 나이트 갈래. 서울 데려가줘"라고 울부짖은 것. 이효리의 반전 호소는 마더 효레사라는 수식어를 챙긴 앞선 모습과는 또 다른 반전이라 큰 웃음을 줬다.
이효리는 짧은 출연만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유재석은 물론 예능을 주무를 줄 알았다.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이효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천생 연예인의 끼는 숨겨지지 않았다. '무한도전'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90년대 활동했던 가수들을 섭외 중인 가운데, 이효리가 최종 섭외됐을 지에 대해 앞으로 점점 더 큰 궁금증이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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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한도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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