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기술표준 회의, 이틀간 격론에도 결론못내
- "회원확보-기술제안 부적격"..노키아측, 애플에 맹공
- 6월초 차기회의서 결론날 듯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휴대전화 심(SIM) 카드의 차세대 기술규격을 선점하기 위한 애플과 노키아간 자존심을 건 1차 공방이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양자간 다툼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고, 결론은 오는 6월초쯤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차세대 심카드로 불리는 나노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기술표준을 담당하는 유럽전기통신표준위원회(ETSI)내 스마트카드 플랫폼 기술위원회는 프랑스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갖고 차세대 휴대폰에 쓰일 나노심 카드의 표준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애플의 나노심 기술과 노키아가 중심이 된 모토로라모빌리티, 리서치인모션(RIM) 등의 컨소시엄 기술을 놓고 면밀한 검토를 진행했다.
울턴 뮬리건 ETSI 대변인은 "나노심 규격 문제를 놓고 작년부터 검토를 진행해왔다"며 "우리는 표준을 정할 때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데, 이번에 결정이 연기된 것은 컨센서스를 이루는데 그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심 카드는 현재 사용되는 일반 심과 마이크로심을 잇는 규격으로 스마트폰을 소형화하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 기술이다. 애플의 `아이폰4` 등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심에 비해 크기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두께도 더 얇다. 특히 휴대폰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중 하나인 유럽에서 우선적으로 기술표준이 될 경우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운 상태다.
실제 최근 애플은 유럽내 6개 계열사를 ETSI 회원으로 등록해 표준 결정에 필요한 다수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키아 등이 이에 반발해 이들의 회원 자격 유효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노키아측은 애플이 제안한 기술은 ETSI가 요구하는 기술적 기준에도 맞지 않아 제안 자체가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애플측은 최근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뮬러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제안한 나노심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관련 필수특허를 로열티없이 제공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전날 노키아는 오히려 "애플의 제안이 유럽 기술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우리가 가진 나노심 관련 50건 이상의 특허를 철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키아의 특허는 애플의 나노심 기술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기술표준에 필요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중 한 곳이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당 표준은 백지화될 수 밖에 없다.
한편 ETSI측은 오는 5월31일부터 6월1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다음번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여기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30일간의 고지기간을 거쳐 차기 회의를 다시 열게 된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