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모두들 아니라고 말할 때 '무한도전'은 '예'라고 외친다. 허를 찌르는 돌파력은 여전했다. 위기를 우려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강하다. 노홍철이 빠졌지만, 그 어떤 빈자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무한도전'이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다섯 멤버들이 각자 다른 직종의 일일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극한 알바' 특집이 그려졌다.
멤버들은 평소 접할 수 없는 생소한 직업에 도전했다. '극한'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높은 수위가 예상됐지만, 이들의 노동량은 예상보다 훨신 더 거칠었다.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든 멤버들의 열정에서는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이날 유재석, 차승원은 함께 팀을 이뤄 석탄을 케는 일을 하기로 했다. 처음 굴에 들어간 두 사람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굴의 깊이에 깜짝 놀랐다.
유재석은 엄청난 노동량에 깜짝 놀라며 "진짜 민폐만 끼치고 가는게 아닌 지 걱정된다"며 거친 숨을 내쉬었고, 차승원은 제작진이 다가오자 "말 걸지 마라"고 할 정도로 지친 내색을 보였다. 또 더디게 가는 시간에 "이렇게 시간이 안가다니 영화 '인터스텔라' 아니냐"며 상대성 이론을 운운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막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석탄의 원료를 채취했다. 좁고 어두은 탄광촌은 숨을 쉬기 힘든 곳이었다. 유재석, 차승원은 시종일관 숨을 헐떡거렸다. 매일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절 정도였다.
차승원은 일을 마친 후 "연기 인생 20년 이래 오늘이 제일 힘들다. 절정이다. 진심으로 여기서 일하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느낀 바를 털어놨다.유재석은 "우리가 막장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함부로 쓸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1000여명의 광부들이 일을 하시는 데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택배 기사에 도전한 하하도 색다른 감정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그는 눈코뜰새 없이 쏟아지는 택배량에 혀룰 내두르며 "그동안 내가 인생을 편하게 살았던 것 같다. 죄송하다"며 현직 택배 기사에게 절을 했다. 택배 기사는 "사람들은 남의 일에 대해 잘 모르고 산다. 사실 이건 극한 정도도 못된다"고 정곡을 찔렀다.
재미로 도전한 일이지만, 멤버들이 찾아간 치열한 직업 속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베어있었다. 이날 정형돈은 10kg 굴까기에 도전했다. 작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부들. 이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굴을 바라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까도까도 끝도 없는 굴의 행렬에도 "이걸 더 까면 아들, 딸 수학여행비에 보탤 수 있다", "대학 등록금에 보탤 수 있다"며 일을 쉬지 않아 뭉클함을 안겨줬다.
이날 방송은 '무한도전'의 초심을 보는 것 같았다. 열정을 잃은 적 없는 이들이기에 초심을 언급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이번 '극한 알바' 특집은 다시 끈끈한 우정으로 뭉친 팀워크를 확인하게 만들어줬다. 멤버들은 한시도 꾀를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줬고, 서민들의 애환을 껴안으면서 감동까지 안겨줬다.
뿐만인가. 더 극한 특집에 도전한다. 방송 말미 제작진은 특집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하는 멤버들에게 "마지막 반전이 있다"며 "해외로 알바를 떠나야 한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뭄바이 빨래꾼, 가마 남극 세종기지 주방장, 163층 빌딩 유리창 닦기, 인도네시아 유황광산, 히말라야 세르파 오르기 등을 제안했다. 상상 그 이상의 특집이 준비돼 있었던 것.
이처럼 '무한도전'은 위기에 더 강했다. 노홍철의 빈자리를 느낄 틈 없이 타이트한 특집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 같은 영민함과 추친력 때문이 아닐까.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무한도전'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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