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졌네…….”
KT 직원들의 한숨이 광화문 KT 사옥 엘리베이터를 채운다. 3만원 선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4일 KT의 주가는 550원(1.14%) 하락한 3만7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뒤인 5일에는 장중 잠시 상승하는 듯 하더니 오히려 전날보다 50원(0.16%) 더 떨어진 가격에 장을 마쳤다.
KT 주가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 국내 코스피 지수가 800~900을 넘나들 때 최저가인 2만7천350원(2008년 10월1일)을 기록했다. 지금 코스피는 그 2배가 넘는 2천선을 넘었지만 KT 주가는 그때보다 3천300원 올랐을 뿐이다.
■이통사 기업가치, 바닥이 없다
KT뿐만이 아니다.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이통사의 기업가치 하락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소간의 등락은 있었지만 10년 세월동안 그래프의 추락은 막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가 상승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02년 4월1일 기준 각 이통사들의 종가는 SK텔레콤 25만1천500원, KT 5만8천200원, LG유플러스 7천670원이었다. 그러나 10년 후 지난 2일 종가는 각각 SK텔레콤 14만500원, KT 3만1천402원, LG유플러스 6천720원이다.
심지어 2009년 구 LG텔레콤이 데이콤과 파워콤을 합병한 LG유플러스의 경우 주가가 곤두박질 쳐 7~8천원대에 있던 10년전 데이콤의 주가보다도 낮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 44%, KT 46%, LG유플러스는 12%가 떨어졌다. LG유플러스가 비교적 선전했지만 이는 합병 이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2006년 고점을 찍은 후에는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래프가 하락 중이다.
또 같은 기간 유무선 1위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의 기업가치는 KT가 15조7천억원에서 8조원으로, SK텔레콤은 22조5천억원에서 11조1천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 지난 10년간 이통3사별 주가 현황. 위에서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말 그대로 회사의 가치가 반토막이 났지만 이를 바닥이라 여기는 이도 드물다. 이는 이통사별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2002년 4월1일 코스피 지수 종가는 842.34, 지난 2일 종가는 2028.77이었다. 10년 새 코스피 지수는 240%가 올랐지만 통신사들은 정 반대의 행보를 한 것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통신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사양길의 절정에 와 있다”며 “지금은 문 닫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있을 뿐이다”라면서 푸념을 늘어 놓았다.
▲ 자료 KTB증권. 이통사의 무선 ARPU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선거 앞둔 요금인하 압박, 한숨만 푹푹
업계에서는 통신주의 가치 하락의 이유로 정치권의 반복되는 요금인하 압박, 소모적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 무선데이터 폭증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 등을 꼽았다.
증권사에서도 상반기 통신업에 대해 비중축소(언더웨이트) 의견을 제시했다. LTE 경쟁심화, 선거를 앞둔 요금인하 압력 등으로 규제위험이 증가했다는 이유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통신비 20% 인하, 민주통합당은 기본요금, 가입비, 문자메시지(SMS) 요금 단계적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도 하반기를 제외하면 과거 총/대선의 선거가 열린 연도에는 항상 시장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는 요금인하 압력이 선거철에 강해졌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 10년새 코스피 지수는 상승한 반면 통신업은 하락했다. 위에서부터 코스피 지수, 통신업 주가 추이
이에 대해 이통사 한 고위 임원은 “선거철만 되면 통신요금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무조건 요금을 내리라고만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도 없고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내놓는 정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기본요금 인하, SMS 50건 무료제공, 초당과금제 도입, 결합상품 확대 등으로만 줄어든 고정 매출과 수익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며 “여기에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등의 등장으로 SMS 수익은 거의 제로가 됐고,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가 도입되면 음성 수익도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통사 임원 역시 “이통사가 동네북이 된지도, 아니 그 북 가죽이 찢어진지도 오래”라며 “우리가 망해서 두드릴 동네북도 없어지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말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이통사의 성장은 ‘비통신’에 있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통사 스스로가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통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비통신 부문 공략을 선언하며 탈 통신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 비해 통신요금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요금에 단말기 가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어쨌든 통신은 규제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비통신 부문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국내 이통3사의 플랫폼 성장 추진 등 비통신 본격화는 옳은 방향”이라며 “점차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윤희 기자 (yu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