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브리즈번(호주), 이균재 기자] 슈틸리케호가 조 1위를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서 2015 AFC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조 수위 싸움이 걸린 중대 일전이다.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8강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최종전에 따라 조 1, 2위의 주인공이 갈린다. 골득실에 크게 뒤져 있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1위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이 조 1위를 해야 하는 3가지 이유는 무엇일까.
▲ '공한증' 아닌 '만리장성' 중국
한국이 A조 1위로 8강에 오를 경우 파죽지세의 중국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공한증'은 옛말이다. 이젠 '만리장성' 중국이다. 지금의 중국은 누구와 만나도 껄끄러운 상대다. 중국은 최근 A매치 12경기서 8승 4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쿠웨이트(3-1)전 승리를 기점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번 아시안컵서도 사우디아라비아(1-0)와 우즈베키스탄(2-1)을 연달아 물리치고 일찌감치 조 1위, 8강행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2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알랑 페렝 감독의 존재감이 크다. 마르세유, 올림피크 리옹 등 프랑스 리그1 명문 구단을 지도했던 감독이다. 전술적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다. 제파로프가 버틴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기어이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들어 연달아 2골을 뽑아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중국은 분명 지금으로선 피해야 하는 상대다.
▲ 유리한 일정
한국이 A조 1위를 할 경우 유리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멜버른에서 8강전을 치르지만 이후 4강전과 결승전을 시드니에서 벌인다. 연이은 이동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라운드 적응도 쉽다. 반면 조 2위로 8강에 오르면 이동하지 않고 브리즈번에 남지만 뉴캐슬에서 4강을 치른 뒤 결승을 위해 시드니로 가야 한다. 조 1위와 비교해 여러 모로 불리하다.
▲ 브리즈번 스타디움
한국이 A조 1위로 8강에 오른다면 멜버른으로 향한다. 하지만 조 2위로 8강에 진출할 경우 호주와 격돌하는 브리즈번 스타디움을 다시 한 번 밟아야 한다. 잔디 상태가 나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브리즈번의 잔디 상태가 상당히 안좋다. 조 2위로 올라가면 8강전을 또 브리즈번서 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점유율 패스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 1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주 공격수 로비 크루즈는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잔디는 정말 안좋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망신스러운 피치다. 훌륭한 축구를 펼치기 어렵다"고 했고, 알랭 페랭 중국 대표팀 감독도 이 곳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물리친 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나쁘다"라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슈틸리케호가 조 2위를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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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리즈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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