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부부 관계를 맺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급증하고 있다.
사단법인 일본가족계획협회는 작년 16∼49세의 전국 남녀 11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혼자의 '섹스리스' 비율이 44.6%로 조사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2004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12.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일본 성(性)과학회는 결혼했는데도 건강 등 특별한 이유 없이 1개월 이상 부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섹스리스'로 규정한다.
부부 관계를 맺지 않는 이유로 남성 응답자는 '직장 일로 피곤해서'가 21.3%로 가장 많았다. '귀찮아서'(10.1%) '혈육 같아서'(10.1%) '취미 생활이 더 좋아서'(4.5%) 등의 응답도 나왔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귀찮아서'(23.8%) '직장 일로 피곤해서'(17.8%) 등을 꼽았다.
연령대별 섹스리스 비율은 남성은 45~49세가 38.8%로 가장 높았다. 젊을수록 섹스리스 비율이 낮았다. 반면 여성은 40~44세가 65.4%로 가장 높았다. 이 연령대가 자녀 교육과 직장 생활로 가장 바쁜 시기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인 콘돔 회사 듀렉스가 세계 41개국의 섹스 빈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연 48회로 세계 평균(103회)의 절반 이하로 최하위였다. 일본에 섹스리스 부부가 많은 것은 긴 근무시간과 함께 주택 사정이 허락하면 부부가 각방을 쓰는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우치노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부부가 같은 침실을 쓰는 비율이 20대는 88%이지만 40대는 77%로 떨어진다.
일본가족계획협회 기타무라 구니오(北村邦夫) 이사장은 NHK 인터뷰를 통해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섹스리스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사회 전체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부부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섹스리스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의 섹스리스 부부 비중은 일본보다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30세 이상 60세 미만 기혼남녀 1000명(남성 506명, 여성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인 성의식 실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배우자와 가진 성관계 횟수'에 대해 성관계를 아예 갖지 않았거나 월 1차례인 사람은 35.1%인 것으로 조사됐다. 1주에 한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다는 답변은 33.4%, 월 2차례는 21.4%로 조사됐다. 매일 성관계를 가지거나 주 3~4회라 답한 사람은 10.1%였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