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0.4%p 감소, 2003년 통계시작 후 최저치 기록…소득 늘어도 저축으로 돌려
(세종=뉴스1) 민지형 기자 =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가계 평균소비성향이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성향은 2011년부터 4년째 감소하고 있다.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계들이 미래를 대비하며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4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이상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전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년보다 0.4%포인트(p) 줄었다.
평균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얼마만큼을 소비 지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지출액에서 가처분소득을 나눠 백분율로 계산한다.
가처분소득 중 지출되지 않은 나머지 흑자 부분은 저축된다. 평균소비성향과 가계저축률(흑자율)을 합하면 항상 100%가 되기때문에 작년 흑자율은 27.1%로 역시 역대 최고치다.
이에 따라 작년 적자가구 비중은 전년보다 0.5%p 하락한 22.0%로 역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적자가구 비중은 2003년 25.5%, 2011년 26.4%, 2013년 22.5%였다.
소비가 줄었지만 소득이 늘면서 가계 흑자액은 94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349만8000원)에서 소비지출(255만1000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흑자액이 커졌지만 소득보다 지출을 줄인 영향이 커 소득에 비해 소비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뚜렷한 셈이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추이 (통계청 제공) © News1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소득증가율이 지출증가율을 상회했다.
소득의 경우 7월부터 실시한 기초연금 등 이전소득이 4.2%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근로소득이 3.9%, 사업소득 0.5% 증가했다. 낮은 금리로 재산소득은 3.1% 감소했다.
소비는 교통(8.6%), 기타상품·서비스(5.9%), 오락·문화(5.6%), 가정용품·가사서비스(5.5%), 음식·숙박(4.7%) 등이 증가했다. 통신(-1.6%), 주류·담배(-0.6%) 등은 줄었다.
연간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0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3.0% 증가해 지출액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가 올라가는 영향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분석 자료를 통해 "취업자 증가하고 임금이 올라간 영향과 2013년 세법 개정 등으로 경상조세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사회보험료 지출도 전년보다 7.2% 증가했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기여금도 전년보다 5.4% 늘어나며 비소비지출을 증가시켰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사회보험 등 (노후 등을) 준비하는 자금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기초연금 등으로 소득이 늘었지만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비소비지출 역시 증가해 실제 지출여력이 떨어져 소비성향이 얼어붙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소득 5분위별로 보면 지난해 소득은 모든 분위에서 증가했고 소비지출은 소득이 적은 1분위를 제외한 모든 분위에서 전년대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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