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러(조종기)에 손가락을 올리자 팬텀3에 장착된 4개의 프로펠러가 모기소리처럼 ‘윙~’하며 돌기 시작했다.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조종기의 막대를 위로 올리자 팬텀3가 땅을 박차고 하늘 위로 부상했다. 조종기와 결합한 아이패드에서는 드론에 부착된 카메라가 찍고 있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눈에는 익숙하지 않은 부감(俯瞰·높은 곳에서 내려다봄) 영상이 보이자, ‘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기자가 조종기를 이용해 팬텀3를 제어하고 있는 모습.
11일 오전 9시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 앞 광장. 남기혁 멀콥 대표와 팬텀3를 사용해보기 위해 만났다. 현재 멀콥은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중국 DJI의 국내 공식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사용한 제품은 DJI가 올해 4월 출시한 팬텀3 프로페셔널 제품으로 기존 1~2에 비해 성능이 개선돼 전문가 수준의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 팬텀3, 하늘로 띄어 촬영하면 나도 ‘예술가’
팬텀3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화된 드론 시리즈 중 하나다. 전문가 수준의 기능은 물론, 사용법이 쉬워 드론 입문자에게도 나쁘지 않다.
팬텀3의 외관은 십자가 모양에 흰색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으며, 회로 기판이나 복잡한 전선이 보이지 않아 디자인이 말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기에는 다소 무거울 것으로 생각됐으나, 무게가 1.28㎏밖에 안돼, 한손으로도 쉽게 들 수 있었다.
하늘로 날고 있는 팬텀3 /박성우 기자
전원은 조종기 양쪽 스틱을 동시에 안쪽(↘↙, 4시·8시)으로 움직이면 켜진다. 전원 켜자 ‘띠띠’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연결된 짐벌(Gimbal)이 관절을 꺽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이 운동하기 전 워밍업을 위해 목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드론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하늘을 나는 장난감으로, 내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드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팬텀3의 조종기는 마치 게임 조이스틱과 비슷한 원리로 구성됐다.
조종기의 왼쪽 막대를 왼쪽·오른쪽으로 움직이면 팬텀3의 카메라가 해당 방향으로 회전을 한다. 막대를 상·하로 움직이면 드론도 위, 아래로 이동한다. 오른쪽 스틱을 상·하로 움직이면 전진과 후진, 왼쪽·오른쪽으로 움직이면 해당 방향으로 이동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물체이기 때문에 3차원(3D)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이패드와 연결된 팬텀3 조종기의 모습.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운영체제를 담은 태블릿pc, 스마트폰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박성우 기자
양손 검지는 조종기 위쪽에 달린 버튼을 이용해, 사진촬영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조그다이얼을 통해 카메라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상황에서 조종기를 만지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위치를 고정해있어, 초보자도 10분 정도 설명을 들으면 쉽게 운전해볼 수 있다.
드론의 또다른 묘미는 영상촬영이다. 최근에는 드론 자체의 움직임보다는 독특한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위해 드론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드론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을 경우 우리가 평소 보지 못한 독특한 영상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팬텀3로 실제 촬영한 부감 이미지와 영상 /박성우 기자
팬텀3의 성능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전문가급 드론을 제외하고는 가격 대비 성능 만족도가 우수하다. 팬텀3에는 풀HD 해상도의 4배에 달하는 4K(3840X2160) 카메라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전동 짐벌(Gimbal)을 기본 탑재했다.
러시아의 전파 위성 항법 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를 지원해, 정확도가 높다. 이외에도 720p 해상도로 영상을 스트리밍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1인칭 시점 비행(FPV)과 유튜브 중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팬텀3는 1회 충전(1시간)으로 약 20분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팬텀3의 가격은 프로페셔널 제품이 1259달러, 어드밴스는 999달러 정도다.
◆ 드론, 재미 VS 위험…“법 규정 인식과 체계적인 교육 필요”
드론의 성능이 우수해지는 만큼 ‘안전’에 대한 염려도 커진다. 실제 이날 팬텀3는 본체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높게, 멀리 날았다. 팬텀3의 성능은 이론적으로 지상 800m, 반경 3km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정도로 높고 멀리 띄우면 불법이다.
이날 팬텀3를 날리면서 재미도 있지만,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70~80m만 올라가도 ‘점’처럼 보이는 기기가 통제불능 상태가 돼 사람들이 있는 땅으로 떨어진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를 우려해 팬텀3는 자동복귀 기능을 갖췄다. 조종기의 ‘H(홈)’ 버튼을 누르면 처음 장소로 되돌아온다.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경고를 표시하고 자동으로 처음 위치로 돌아온다. 만약 조종기와 드론사이 신호가 끊기면 신호가 다시 들어올때까지 제자리에서 자세를 자동으로 유지한다.
국내에서 드론을 사용할 땐 항공법 제23조 조종사 준수사항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시행규칙 제68조에는 야간비행, 비행장으로부터 반경 9.3km, 휴전선 인근, 서울도심 상공 일부 등 비행 금지, 150m 이상 고도 비행 금지,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 상공 비행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수도권 공역도 /국토해양부 홈페이지 캡처
팬텀3의 경우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각국의 대통령궁과 공항 등에서는 전원이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화면에서는 ‘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표시된다.
남 대표는 “드론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드론을 날리기 전에 전문 강사로부터 조정법 등 교육을 받아야 사고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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