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비밀번호 스트레스

[기타] | 발행시간: 2015.07.22일 03:59

지난 15일 직장인 백지연(27·여)씨는 점심을 먹는 대신 회사 근처 은행에서 신분증을 들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 스마트폰에 깔린 카드 앱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자동 로그인 기능이 해제돼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5회 연속 ‘오류’가 나온 것이다. 백씨는 “평소 사용하던 비밀번호 조합에 이 숫자, 저 숫자를 바꿔 넣어봤는데 계속 틀려 계정이 잠겼다”며 “직접 방문해야 바꿀 수 있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한 사이트들마다 자주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해 더욱 헷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비번(비밀번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관문부터 노트북, 금융 거래용 공인인증서까지 외워야 하는 비밀번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금융기관은 물론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대문자, 숫자, 특수기호’가 포함된 비밀번호 조합을 요구하면서 스트레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본지가 성인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1%가 ‘한 달간 비밀번호를 네 번 이상 바꾸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셈이다.

 비번 스트레스의 주범은 사이트마다 제각각 다르게 요구하는 비밀번호 조건이다. 포털 사이트 비밀번호의 경우 네이버가 ‘6자리 이상’인 데 비해 다음은 ‘8자리 이상’이다. 네이버에서 6자리로 비밀번호를 설정한 이용자가 다음을 이용하려면 숫자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비밀번호 세트를 만들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8%가 ‘비밀번호 세트를 3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문자나 특수문자 등 조건이 추가되면 이용자들의 혼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영문 알파벳과 숫자를 섞어 쓸 것을 요구하는 인터파크·지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 금융기관 공인인증서, 카드·은행 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장희문(52·주부)씨는 “어떤 사이트는 대문자가 필요하다고 하고 어떤 사이트는 특수문자를 넣으라고 하니 여러 가지 조합이 필요하다”며 “하도 헷갈려 스마트폰 메모장에 사이트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적어놨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76.5%가 대문자가 필요한 경우 비밀번호 첫글자를 대문자로 바꿨다. 또 특수문자를 넣어야 할 땐 46.5%가 ‘!’를 넣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기억하기 위해서지만 그만큼 보안은 취약해진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겪는 스트레스를 일컫는 ‘패스워드 증후군’, 비밀번호를 자주 잊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디지털 치매’ 같은 신조어까지 나왔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0.4%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월평균 1~3회 재설정한다’고 답했다. 비밀번호를 연속으로 틀린 뒤 재설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스트레스로 꼽힌다. 이형훈(30·자영업자)씨는 “비밀번호가 틀려 보안문자까지 입력하는 경우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새로 깔려면 10분은 족히 걸린다”며 “몇몇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엔 깔리지도 않아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번 스트레스가 지난해부터 부쩍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3·20 사태’로 불리는 농협 전산망 해킹 등이 발생하면서다. 고려대 손영동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과 집단소송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비밀번호에 특수문자까지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사이트의 안전도를 높이기보다 이용자 개개인에게 너무 많은 보안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안솔루션 업체인 엠큐릭스 박현주 대표는 “당분간은 불편하더라도 이용자가 자체적으로 여러 세트의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중앙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10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10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둘이었지만 혼자였다" 고현정, 재벌家 정용진과 '신혼생활' 최초 고백

사진=나남뉴스 배우 고현정이 신세계 회장 정용진과의 신혼 생활을 최초로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고현정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현정'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브이로그를 올리며 신혼 생활을 회상했다. 영상 속 고현정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바쁘게

"그렇게 아니라더니" 엑소 백현, MC몽 회사 첸백시 '전격 합류' 충격

"그렇게 아니라더니" 엑소 백현, MC몽 회사 첸백시 '전격 합류' 충격

사진=나남뉴스 그룹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 결국 MC몽이 설립한 회사에 합류하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백현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 속에서 가수 MC몽과의 관계 문제가 제기되자, 결단코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지난 16일 원헌드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지력장애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다

취미유희 운동회 한장면 5월19일 34번째 전국 장애자 돕기의 날(매년 5월의 세번째 일요일)을 맞이해 연변지력장애자협회에서는 15일부터 16일까지 연길 오렌지호텔에서 기념행사를 벌였다. 올해의 장애자 돕기 행사는 ‘과학기술로 행복을 함께 누리자’를 주제로, 15일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