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상지시 상자진조선족로년협회의 로인들은 청명, 단오, 복날, 추석, 설, 정월보름 등 명절때면 협회가 포치하지 안았지만 자각적으로 활동실에 모여 즐거운 하루를 보내곤 한다.
매년 이때면 로인들은 맛갈진 음식을 수두룩히 해가지고 협회로 모여드는데 벼라별 먹거리가 다 있었다. 이를테면 여러가지 떡이나 술이나 고기붙이는 더 말할것 없고 순대, 묵, 김밥, 회깟, 감주, 막걸리 등속도 있었다. 그런데다 협회에서 맥주, 과일즙, 실과 등을 더 내놔 음식상이 더더욱 풍성했다. 로인들은 서로 자기가 가져온 음식을 맛보라며 앞으로 내밀었는데 한 80대 바깥로인은 노릇노릇하게 군 돼지꼬리 여러개를 내보이며 "이사람들아, 이건 이 외톨이가 만들었지만 맛이 제격이라네."라고 했다. 로인들은 "허허허...", "하하하..." 웃으며 술잔을 높이 들고 상호간에 만수무강을 축원했다. 이러다가 술이 몇순배 돌아 거나해지면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흥타령을 건드러지게 부르기도 하고 일어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것은 지난 3.8절에는 남성들이 행주치마를 허리에 질끈 동이고 녀성들을 상에 모시고는 주방에 들어가 볶고 지지며 분주히 돌아쳤다. 이러자 한 할머니가 "이 나그네들이 손이나 씻고 하나?"라고 해 모두들 웃음주머니를 흔들었다.
오후에는 자유오락이 벌어졌는데 손풍금, 새장구, 징, 꽹과리, 무용복 등도 동원되였다. 그런데다 어떤 로인들을 얼굴을 희한하게 치장하고는 허리를 꼬부리고 곱사등춤을 추는가하면 지팡이를 집고 절룩거리며 거지춤을 추기도 했다. 하여 사람들이 또 배창자가 끊어지도록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러다가 저녁무렵이 되면 또 술상에 나앉아 작커니 잣커니 하다보니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헤여질때면 다음에 또 만나자며 서로 웃음을 선사했다. /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