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나우뉴스]
두 팔과 두 다리로 땅을 짚고 염소 사이를 배회한 30대 남성의 이야기가 알려져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34세 토마스 스웨이츠는 어느 순간 ‘인간으로 사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동물, 특히 양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그는 수개월 간 연구한 끝에 직접 제작한 보철 인공기관을 품에 안고 알프스로 향했다.
그는 양의 네 다리를 대신할 보철기구 뿐만 아니라, 양처럼 채식을 하기 위해 ‘인공 위’를 개발하려는 노력까지 했지만 이는 실패했다. 대신 양들의 의사소통 방법과 행동양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실제 양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가 이토록 동물의 삶을 살아보고자 한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
스웨이츠는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인간으로서 사는 삶은 매우 스트레스가 심했고, 우울했으며,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평소 트랜스휴머니즘(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웨이츠가 시도한 ‘염소의 삶’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네 다리로 걷기 위해 보철기구를 낀 팔과 다리에는 상당한 통증이 왔고 양들은 끊임없이 그를 경계했다. 알프스의 추위와도 싸워야 했고, 언덕의 땅이 고르지 않은 탓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는 “처음 양의 무리에 끼었을 때, 양들은 풀 씹는 것을 모두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나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운 좋게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양과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양떼를 이끄는 농부 역시 나를 양으로 받아들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의 무리에서 산 3일과 ‘양으로서’ 홀로 지낸 3일은 내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심플한 삶을 사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스웨이츠가 양으로 산 3일간의 시간을 담은 사진은 오는 9월 3~17일 런던에서 공개된다. 또 당시의 경험을 글로 생생하게 기록한 책도 발간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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