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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그룹 ‘먹방’을 마음 편히 볼 수 없게 된 이유

[기타] | 발행시간: 2015.08.20일 09:03

요즘 걸 그룹이 갖춰야 할 새로운 덕목은 ‘먹방’이다. 지난 6일에 방영한 MBC every1 [EXID의 쇼타임]에서 EXID 멤버들이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싹싹 비우는 장면, 10일 방영한 K STAR 채널의 [포미닛의 비디오]에서 멤버 현아가 매운 닭발을 선호하는 장면 등은 따로 편집된 영상 클립이나 연예 기사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이슈가 되었다.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에서는 아예 에이핑크와 ‘1박 2일’ 멤버들의 국수 먹기 대결이 펼쳐졌고, 이 역시 ‘먹방 대결’이라는 타이틀로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개인 SNS를 통해 소위 ‘먹스타그램’을 공개할 때조차 해당 걸 그룹 멤버에게는 ‘먹방 여신’ 혹은 ‘먹방 샛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어느 순간부터 ‘먹방’은 과거의 ‘하의 실종’이나 ‘뒤태’처럼, 걸 그룹 이슈 메이킹과 연결되는 주요 키워드가 되었다.

물론 ‘먹방’이 ‘쿡방’과 함께 그 자체로 화제가 된 건 방송 전반적인 추세다. 방송에서 걸 그룹이 뭔가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제법 긴 시간 동안 비춰주는 건 전략적이기보다는 차라리 정석적이다. ‘1박 2일’의 유호진 PD는 에이핑크의 국수 ‘먹방’에 대해 “어떤 명확한 이유가 정리되어 있다기보다는 이것이 재밌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걸 그룹의 그것이 여타 ‘먹방’과 다른 건 연출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되는 방식에 있다. ‘걸 그룹 먹방’으로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사 제목 중 하나는 ‘걸 그룹 맞아?’이며, 앞서의 EXID 방송에 대해 모 매체는 ‘예쁜 척 안 하니 더 예쁘네’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내숭 없는’이라는 표현 역시 다수의 기사 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어트 중이던 샤이니의 키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고칼로리 음식을 잔뜩 먹었을 땐 볼 수 없는 반응이다. 걸 그룹에게 ‘먹방’은 예능에서 개인기만큼이나 당연하고 흔하게 요구하는 것이 되었지만, 또한 여전히 이것은 걸 그룹의 어떤 이미지를 파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분히 이중적인 이 시선은 대중과 매체가 걸 그룹에게 요구하는 판타지의 이중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난 다이어트 때문에 못 먹어, 라고 말하는 여성의 모습이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라면 날씬한데 잘 먹기까지 하는 걸 그룹의 모습은 그걸 깨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 같다.” 유독 걸 그룹의 ‘먹방’이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한 유호진 PD의 해석이다. 걸 그룹이 대중들이 원하는 날씬한 모습으로 무대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식욕을 억제해야 하는 게 맞다. 최근 ‘먹방’으로 제법 화제가 된 모 그룹이 신인 시절 매니저 눈치를 보느라 준비된 빵에 손도 못 대다가 몰래 한 조각 먹은 건 그들을 인터뷰하며 직접 목격한 일이다. 이건 내숭이나 가식보다는 프로페셔널한 절제에 가깝다. 하지만 초인적인 관리를 통해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해 누군가는 예쁜 척한다는 굴레를 씌운다. 여자는 내숭이 심하다는 근거 없는 편견의 변주일 수도 있다. ‘먹방’은 이처럼 무대 위에 오르기 위해 그들이 억눌러야 했던 식욕을 다시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편견을 돌파한다. 실제로 걸스데이의 혜리를 순식간에 대세로 만들어준 건 MBC [일밤]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준 “이잉”뿐이 아니라, 그 전에 보여준 먹음직스럽게 쌈을 싸먹는 모습이었다. [미디어스]의 방송 전문 블로거는 혜리가 딸기 우유를 마시는 장면에 대해 “걸 그룹에 대한 많은 편견이 혜리의 이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사라지는 순간”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편견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먹방’을 하는 가식적이지 않은 걸 그룹이라는 명제는, 그 반대편의 날씬하고 내숭 떠는 젊은 여성이라는 근거 없는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할 뿐이다.

바로 그 혜리가 속한 걸스데이가 인터넷 방송 ‘최군Koon TV’에서 최군이 배달시킨 만두를 먹지 않는 장면 때문에 무수히 많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던 건 걸 그룹 ‘먹방’에 대한 열광이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바람과는 별개라는 것을 방증한다. 해당 방송에서 리더인 소진은 “애들이 만두 안 먹는다”며 만두를 테이블에 올리려는 최군과 실랑이를 벌였고, 이것은 이날 벌어진 혜리의 반말 논란 등을 증폭시키며 결국 걸스데이의 사과 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만두가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활동 중인 아이돌에게 어느 이상의 식사는 굉장한 부담일 수 있다는 고려는 여기에 없다. 정확히 말해 어떤 대중이 걸 그룹에게 원하는 인간적인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기에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군말 없이 수행하는 모습이다. 물론 걸 그룹이 ‘먹방’을 통해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연기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비대칭적인 구도에서 한 인간으로서 걸 그룹 개개인의 욕망은, 폭발하는 식욕 외에는 긍정되지 못한다.


그래서 걸 그룹의 ‘먹방’은 혜리 등이 보여줬던 야무지고 귀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보기 어렵다. 심지어 ‘진짜사나이’에 투입됐던 에이핑크의 보미가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까지 이제는 가식적이다, 전략적이다, 라는 네티즌의 평가가 붙는다. 식욕을 억제해야만 만들 수 있는 몸매를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털털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통해 내숭 없는 여성이라는 가치를 강요하며, 이제는 그 털털함에서조차 가식적인 여성의 모습을 발견해내 편견을 강화하고 비난하는 이 모순된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적인 모습을 원한다면서 인간으로서 소화할 수 없는 모순된 상황에 대상을 가둬놓는 것은 명백히 폭력적이다. 대중으로서 연예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판타지를 요구할 수는 있다. 바비 인형 같은 몸매를 원할 수도 있다. 소꿉친구처럼 편한 모습을 원할 수도 있다. 순종적인 모습을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제발, 하나만 하자.

글. 위근우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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