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24 안소현 기자] 배우 윤은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 표절 논란에 대해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소위 갑질 해명에 대중은 등을 돌렸고 사면초가에 놓였음에도 그는 묵묵부답이다.
윤은혜는 지난 1999년 그룹 베이비복스로 데뷔했다. 당시 나이는 16세로 중학교 3학년이었다. 뒤늦게 그룹에 합류한 그는 귀여운 외모에 풋풋한 매력으로 그룹의 인기를 견인했다. 베이비 복스 활동이 뜸해진 뒤에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다소 살이 오른 외모와 털털한 성격으로 '소녀 장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방송가를 종횡 무진했다.
그런 그는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 배우로 전향했다. 인기 원작 탓에 미스캐스팅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생기발랄함과 비교적 안정된 연기력으로 데뷔 합격점을 받았고 대중의 마음을 돌렸다. 이후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두터운 팬 층을 확보했다. 드라마 '보고 싶다'와 영화 '허삼관' 등에서는 몰라보게 성숙해진 연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연기파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부족하지만 캐릭터 소화력만큼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은혜는 예술 분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궁'에서는 직접 그린 커스티마이징 실내화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카페 칠판의 그림을 직접 그리며 남다른 미술 감각을 자랑했다. 또 영화 '뜨개질'과 '최고의 감독'으로 연출가로서의 가능성도 드러냈다. '최고의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의 예술점 감각은 패션으로 발현됐다. 윤은혜는 연예계 소문난 패셔니스타다. 작품 속이나 공항에서 선보인 의상과 소품이 브랜드 판매율로 이어지는 대표적 '완판녀'다. 국내외 브랜드 및 명품 행사장에는 꼭 모습을 비추는 단골 연예인이었다.
이 같은 관심을 딛고 윤은혜는 중국 동방위성 TV의 서바이벌쇼 '여신의 패션'에 출연했다. 그가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션에 대한 남다른 관심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소매에 프릴이 달린 화이트 재킷을 선보였다. 그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고, 이 의상은 해당회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6일 뒤 불거졌다. 지난 4일 아르케 윤춘호 디자이너는 SNS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옷을 픽업해 갔던 스타일리스트와 종종 입던 배우. 둘이 함께 만들다니 그래서 더 확신할 수 있으며 소름 돋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중도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때를 놓친 윤은혜의 대응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윤은혜 다음날인 5일 보도 자료를 통해 "2008 S/S 빅터앤롤프의 10년 전 트렌드와 2014년 랑방 S/S 컬렉션을 보던 중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 윤은혜라는 이름을 이용해 홍보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후 윤춘호 디자이너는 "표절이 확실하다"고 재차 천명했고, 디자이너협회를 비롯해 권문수 디자이너 등이 윤춘호 디자이너에 지지를 표하며 윤은혜와 패션업계의 대립으로까지 보이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패션홍보대행사 비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김민정 이사는 "패션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씁쓸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사실 패션계에서 스타 마케팅은 많은 이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는 패션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정당한 논란 제기를 홍보로 치부받은 부분이 씁쓸하다고들 말한다"며 "하지만 패션계와 스타가 언제나 갑을 관계라고는 할 수 없다.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번 표절 논란이 어떤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 수일이 지났지만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중국의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다른 의상의 표절 의혹까지 제기했다. '여신의 패션' 1회에서 선보인 드레스가 BCBG 막스 아즈리아를, 3화에서 선보인 스커트가 돌체앤가바나 드레스 패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궁'의 미술을 담당했던 박정미 씨가 SNS에 "'궁'에서 내가 만든 커스터마이징 실내화를 윤은혜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알렸다"며 "윤은혜가 패셔니스타를 향한 열망과 예술적 재능이 있음을 인정받고 싶은 나머지 앞뒤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문제의 의상이 중국 의류 쇼핑몰 밍싱이추 사이트에서 1129위안(한화 약 20만 8,000원), 할인가 565위안(10만 4,000원)에 판매 되고 있어 더 큰 논란이 빚어졌다. 밍싱이추 관계자는 윤은혜 의상의 판권을 2,666만6,666위안(한화 약 49억 원)에 사갔다. 윤춘호 디자이너 역시 해당 의상을 지난 4월 중화권 홍콩 바이어에게 판매했다. 현재 중국과 홍콩의 명품 편집 매장인 I.T 에서 약 88만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어 그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법무법인 건양의 최건 변호사는 "민사와 형사 두 가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최 변호사는 "민사로 간다면 디자인을 침해했는지를 디자이너 측에서 먼저 입증을 해야 한다. 만약 소매의 프릴이라는 부분에 특허를 출허 했다면 보다 쉬울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디자인 침해 관련 소송 판례에 따르면 형상과 모양이 디자인 미감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되어 있다. 특정 부분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은 느낌이 비슷하면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가 없더라도 디자인 자체는 개인의 저작물이기 때문"이라고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다. 또 이 기간동안 옷이 팔려나간다면 승소해도 큰 의미는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판매가처분신청이 가장 빠르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상 고소를 할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윤은혜씨 측에서도 명예훼손 소송을 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윤은혜는 지난 9일 '여신의 패션' 녹화를 강행했다. 그는 녹화 현장에서 이렇다 할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은혜가 한국 활동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해서 국내의 극단적 여론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32세인 윤은혜는 데뷔 17년차로 일생의 절반가량을 연예인으로 살았다. 아이돌에서 예능인을 거쳐 톱배우로 안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속칭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17년을 공들인 탑이 7일의 책임회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실망했고, 또 오해하고 있을지 모를 한국 팬들을 위해 이제는 그가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사진=eNEWS DB
안소현 기자 anso@enews24.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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