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건강/의료
  • 작게
  • 원본
  • 크게

남자의 우울증, 무력감과 폭력성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9.20일 00:10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상황을 묘사한다. 고도의 실체가 무엇인지, 언제 오는지, 과연 오는지 등을 알지 못한 채 간절히 고도를 기다리는 인물들은 회의와 갈등 속에서 광기를 향해 치닫는다. 실존주의 문학, 부조리극의 시초 등으로 분류되는 그 희곡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태어났거나 말거나, 살아왔거나 말거나,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죽어가고 있거나 무슨 상관이랴. 늘 그래 왔듯이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계속 살아갈 텐데.”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솔로몬은 저 대목을 인용해 놓고 그것이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솔로몬은 정신이 붕괴되는 중증 우울증을 경험하면서 우울증에 대한 역사·사회·문화·의학 차원에서 모든 정보를 집대성한 책 『한낮의 우울』을 집필했다. 책에서 그가 주장하는 대표적 우울증 증상은 ‘삶이 제거된 듯한 무력감’과 ‘극심한 폭력성’이다. 그는 자신이 우울증 초기에 일으키곤 했던 분노 발작과, 친구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폭력 행위를 상세히 묘사한다. “친구들은 내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은 절망과 회의였다.”



 우울증 증상으로서의 폭력 행위는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다. 『소피의 선택』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은 성공의 최정상에서 우울증 발작과 맞닥뜨렸다. 그는 지난한 노력을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난 후 그 과정을 기록한 책 『보이는 어둠』을 출간했다. 책에는 그가 우울증 발작 직전에 변덕 부리고, 가학적 언어를 남발하고, 태연하게 타인을 모욕했던 행위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 폭력 행위 속에는 그런 식으로라도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우울증 경험자들은 말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이 표현하는 대표적인 정서는 극단적인 두 가지 형태를 보인다. 점점 더 많은 것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무력감과, 걸핏하면 친밀한 상대를 향해 표출하는 과도한 폭력성. 앤드루 솔로몬에 의하면 그것이 중증 우울증 증상이며, 유럽 실존주의 작가와 철학자들이 세계대전 이후 애도 기간에 표현해 온 심리 양상들이라고 한다. 뒤늦게 마음의 문제를 알아차리고 해결해나가는 우리는 그와 같은 궤적을 따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거듭 포기를 이야기하거나, 걸핏하면 분노와 폭력을 표현하는 남자들이 실은 자각하지 못한 채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형경 소설가

중앙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56%
10대 0%
20대 22%
30대 22%
40대 0%
50대 11%
60대 0%
70대 0%
여성 44%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44%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 길림일보사와 한국강원일보사, 전략적 협력 협정 체결 5월17일, 길림일보사와 한국 강원일보사는 한국 강원도에서 친선관계 체결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을 체결, 쌍방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해는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가 우호적인 성도(省道)관계를 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문 닫을까 싶어" 피식대학, 상처받은 '영양군'에 결국 장문의 사과

"문 닫을까 싶어" 피식대학, 상처받은 '영양군'에 결국 장문의 사과

3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측이 최근 경상북도 '영양' 지역에 방문해 촬영한 영상에서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들이 방문해서 혹평을 했던 백반집 사장 A씨가 심경을 고백했다. 피식대학 측은 논란 이후 약 일주일이 지나서야 영

"기업리뷰 1.7점" 강형욱 회사평점 논란에 네티즌 갑론을박 무슨 일?

"기업리뷰 1.7점" 강형욱 회사평점 논란에 네티즌 갑론을박 무슨 일?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3배 늘었다고 알려져 있는 개통령 '강형욱'의 회사 '보듬컴퍼니'의 잡플래닛 기업리뷰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보듬컴퍼니의 전 직원들이 남긴 회사 리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긴급체포 해달라" 김호중, 계속된 거짓말 정황에 분노한 시민 '직접 신고'

"긴급체포 해달라" 김호중, 계속된 거짓말 정황에 분노한 시민 '직접 신고'

사진=나남뉴스 뺑소니 및 음주운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을 긴급체포해달라는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18일 한 누리꾼은 경남 창원시에 콘서트를 진행 중인 김호중을 긴급체포 해달라고 신고한 사실을 밝혔다. 글쓴이는 "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