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에 이어, 올들어서 지중해에서 숨진 첫 난민도 두 살 아이였다. ‘딩기’라 불리는 작은 고무보트에 의존해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파도만이 아니다. 가짜 구명조끼도 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 중 하나다.
터키 이즈미르에서 가짜 구명조끼를 만들어 난민들에게 팔려던 일당이 6일(현지시간) 붙잡혔다. 경찰은 가짜 구명조끼를 만드는 작업장을 급습, 1263점을 압수했다고 일간 휴리에트가 보도했다. 구명조끼에는 물 위에 10시간 이상 떠 있을 수 있도록 물을 흡수하지 않는 물질을 채워넣어야 하는데, 압수된 조끼는 방수 기능이 없는 포장재로 채워졌다.
가짜 구명조끼는 싼값으로 난민들을 유혹한다. 정품 구명조끼는 70리라(약 2만7900원)이지만 가짜 조끼는 3분의 1도 안 되는 20리라에 팔린다. 현지 언론들은 이런 가짜 구명조끼 때문에 바다에서 숨지는 난민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터키 해안에서 난민 시신 31구가 발견됐는데,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다.
에게해에 면한 항구도시 이즈미르는 그리스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이 배를 타는 주요 항구 중 하나다. 난민들은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수천 달러를 주고 유럽으로 향하지만, 돈을 떼이거나 인신매매되는 경우도 많다. 이즈미르 경찰의 가짜 구명조끼 수색작전에서 붙잡힌 작업장 노동자 4명 중 2명은 시리아에서 온 어린 난민 소녀들이었다. 이 소녀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왔다가 가짜 조끼 제조업자들에게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 난민 아이들이 다른 난민들의 목숨을 해치는 작업에 동원되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이 소녀들을 시리아로 돌려보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과 국제이주기구(IOM)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들어간 난민 100만명 중 절반은 지중해를 건넜으며, 바다를 건너다 숨진 사람은 3771명이다.
6일 터키 경찰이 서부 해안도시 이즈미르에 있는 가짜 구명조끼 작업장을 급습해 조끼를 압수하고 있다. 휴리에트 캡처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