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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봄비가 내린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17일 09:28
(녕안) 량명석

  (흑룡강신문=하얼빈)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올해 들어 첫번째 봄비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어쩌면 어머니가 자식의 앞날을 두고 기도하듯 그칠줄 모르고 잔잔히 내리는 봄비다.

  유리창밖으로 보오얗게 안겨오는 시야가 그저 그대로 어질기 그지없는 표정들처럼 보인다. 저기 먼산도 들녘도 고속도로를 들어서는 자동차들도 그 어느 하나도 고운 수심에 잠겨있지 않는것이 없는듯.

  아침 일찌기 삼삼오오 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년들도 그 길옆에 지켜선 가로수와 전선대까지 어느것 하나 고개 숙이지 않은것이 없는것 같고 심지어 저기 먼데서 떨리며 들려오는 기적소리마저 눈물 젖지 않은 음향이 없어 말 그대로 온천지의 안팎이 그냥 참회하는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조용히 젖어들고 있는듯하다.

  봄비에 흥건히 젖어 서있는 만물,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아름다운 풍경은 어쩐지 그것이 바로 숨어있는 새 출발을 알리는 당당한 모습처럼 보인다.



  한겨울동안 그렇게도 모든걸 거부하며 안으로 안으로만 조여붙히기만 하던 대지도 오늘은 서서히 가슴을 열어놓고 자기의 몸을 흠뻑 적시며 이 봄이라는 어머니의 따스한 입김과 젖을 한껏 받아들이는것이다.

  그 더없는 희열과 축적된 에너지로써 온갖 씨앗을 터뜨리고 긴긴 겨울 앙상했던 나무가지에 물이 오르게 하고 새움이 트이게 하고 바야흐로 짙어가는 기온과 더불어 천지는 아름다운 꽃과 싱그럽고 파란 생기 있는 이파리로 탈바꿈할게 아니겠는가!

  하염없이 이 내 상상의 줄을 타고 진달래가 붉게 타는 꽃동산이 보인다. 하늘 높이 지종지종 울어대는 종달이가 보인다. 농민들이 씨앗 뿌리기에 바쁘다. 모내기를 한다. 그러던 대지의 록음은 어느덧 노란빛을 띠고 산천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탄다. 기러기가 끼룩끼룩 울며 날아간다. 이랑마다 출렁이던 오곡은 어느새 풍요로운 자취마저 감춘다. 빈 들, 빈 산천, 빈 하늘가에 다만 빈털털이 고목가지만이 겨울 찬바람에 떨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이 진했다. 순식간에 또 한해가 지나가버린것이다.

  천지는 또 스스로를 조여붙이고 이미 진해버린 애정을 일깨우기에 한 겨울을 모진 자학과 인고의 고행으로 스스로를 다스려오다가 마침내 또 새봄을 만나 절절한 뉘우침에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심사숙고하면서 참회의 눈물속에 젖고 있는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사랑은 오늘과 같은 조용한 깊은 참회속에 이루어진다.

  부정이 없는 긍정이 있을수 없듯이 고난의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오늘 참된 행복의 고마움을 느낄수 있을가? 가장 아름다운 순수한것일수록 그 내면에는 지극한 슬픔이 밑받침 되여 있는것이 아닐가?

  봄비가 쉼없이 내린다. 온천지가 뽀얀 비속에 감싸여 있다. 나무가지마다에 새움 트이게 하기 위하여, 저기 산언덕에 어서 빨리 봄꽃들이 만개하게 하기 위하여 오늘은 온 천지의 오장륙부까지 온통 젖게 하여야 한다. 푹 젖게 한다.

  나도 젖자, 차분하게 적시자. 메마른 내 가슴을 함뿍 적셔야 한다. 이 새 봄과 더불어 나도 가슴속 심처에 봉오리로 맺혀있는 그 빨간 꽃 한송이를 피워야겠다. 어여뿐 꽃 한송이를 피워야겠다.

  새봄이여, 소리없이 찾아온 봄이여! 삼라만상이 찬란한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 때가 왔다. 하늘 높이 훨훨 마음껏 날 때가 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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